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전쟁을 치른 후에는 세계 최빈곤국 중의 하나였다. 세계는 코리아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 60~70년대를 지나며 경제가 조금 발전하고 살기가 나아졌지만, 구미 여러 나라에서 한국은 여전히 6·25전쟁의 이미지가 짙게 드리운 삼등 국가 취급을 당했다. 80년대에 한국이 경제가 점점 성장하고 수출이 늘어나서 개발도상국의 위치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언론에서는 한국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홍보하고 형편없는 나라로 매도했다.
이때 한국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사람은 차범근이었다. 차범근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또 한 사람은 독일을 무대로 활동한 작곡가 윤이상이었다. 그의 이름이 유럽의 음악계에 알려지면서 한국은 서서히 문화적인 면에서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과 비교하면 여전히 2류 국가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IMF 위기를 맞으면서 자랑하던 경제 분야도 깊은 침체기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문화에서 한류(韓流)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한국은 세계가 환호하고 관심을 가지는 나라가 되었다. 한류(Korean Wave)와 함께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세계에 퍼지고,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대중음악, 전통문화, 언어 등 모든 분야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문화의 힘이다. 한국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군사 강국 때문도 아니고, 외교적 홍보를 잘해서도 아니다. 여전히 정치가 저질이고 경제가 불안하고 흉악한 범죄가 많아도, 문화를 통한 좋은 이미지 덕분에 그냥 품격이 올라가고 사랑받는 나라가 된 것이다.
침체 일로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전도를 아무리 해도 안 되고, 구제 사업에 돈을 써도 안 된다. 윤리 운동을 전개하고 회개를 위한 집회를 연거푸 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남은 출구는 문화이다. 문화를 통해 교회의 이미지를 개선할 방법을 연구하고, 그 문화로 세상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애써 홍보하지 않아도 교회를 좋아하고 복음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문화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고 활동을 지원하고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 문화에 관심이 없는 교회가 부끄럽고 안타깝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