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지구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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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년 아일랜드의 주교 제임스 어셔는 성경에 기록된 인물들의 나이와 족보를 면밀히 검토한 후 지구는 기원전 4004년에 창조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창세기 1장에 기록된 것처럼 하나님이 7일 동안에 천지와 동식물과 인간을 창조하셨고, 그 이후 아담과 하와로부터 시작해 성경의 역사 기록에 나타난 인물들의 나이와 족보를 모두 이용해 계산한 것이었다. 근대과학을 창시한 케플러와 뉴턴도 지구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없었으므로 성경에 기초한 계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지구의 나이는 약 6천 년이라는 생각이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는 모든 기독교인에게 오늘날까지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 물리학, 천문학, 지질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현대과학이 추정하는 우주와 지구의 나이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1920년대 천문학자 윌리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한 시점에서 우주가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빅뱅 이론이 1927년 벨기에의 가톨릭 신부이자 물리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 그 이후 수많은 관측과 이론의 검증을 거쳐서 지금은 138억 년 전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빅뱅 이론이 과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지구의 나이는 18세기부터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을 이용해 추정되어 왔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속도로 붕괴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동위원소마다 고유한 반감기가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이라고 한다. 가장 최근에는 1956년 미국의 화학자 클레어 패터슨이 지구에 떨어진 운석의 납을 이용한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으로 지구와 태양계의 나이가 약 45.4억 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 외에도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연구 성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연도는 가장 신뢰할 만한 것으로 현재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게 현대과학이 성경과 모순되는 결론을 내리자, 일단의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현대과학의 오래된 지구론을 비판하고, 성경의 6천 년 이론이 맞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이론을 젊은 지구론이라고 부르는데, 수력 공학자인 헨리 모리스가 시작한 이 주장은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창조연구회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창조과학운동의 영향을 받아 1980년부터 과학자들이 창조과학회를 창설하였고 현재 약 400명의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들 중 일부는 오래된 지구론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과학이론은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면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는 가설이다. 이런 개방된 태도로 인해 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런데 젊은 지구론은 기존의 과학이론을 비판하지만, 그 자체로 과학이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과학계에서는 단지 유사 과학 혹은 종교적 신념으로만 취급할 뿐이다. 앞으로도 젊은 지구론이 기존 이론을 뒤엎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역사적인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과거 과학과 신앙이 갈등을 빚고 과학이 신앙에 도전하는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결국 과학이 신앙을 부정할 수 없음이 드러났고, 오히려 기독교 신앙은 과학의 발견을 수용함으로써 더욱 성숙하게 되었음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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