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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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무심하게 앞만 보며 걷다가 바로 발 앞에 엎드린 채 널빤지를 밀고 오는 사람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약간 굵은 가래떡 정도의 앙상한 다리가 그의 밀차 위에 가지런히 뻗쳐져 있다. 걸려 넘어지지 않고 모면한 것에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몇 걸음 걷다가 생각하니 아아 돈을 그의 통에 넣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일행들도 있는데 다시 되돌아 가기도 마땅치가 않아 그냥 걸음을 옮긴다. 

몇 발짝 옮기는데 불신 지옥을 외치며 전도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다. 내가 못 하는 전도를 저리도 열심히 하는 그들에게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건만 주위를 살피며 종종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하지는 못할망정 마음으로라도 응원을 보내야지 이게 무슨 망발이람.

이래저래 ‘하나님 죄송합니다’라는 소리만 목 안으로 삼키면서 인사동 길을 빠져 나왔다. 거리에서나 지하철 안에서 돈을 달라는 사람을 만나면 얼른 지갑을 열기보다는 거리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에 동참하면 안 된다는 알량한 시민의식이 앞을 가로막아 눈을 감기 일쑤다. 그리고는 이내 회개하지만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단돈 몇 푼의 자선을 외면하고 괴로워한다. 하나님 어떤 게 하나님 뜻에 맞는 일인가요? 무조건 적선이 주님 뜻에 맞는 일인가요? 아니면 질서를 지키는 게 옳은 일인가요? 

주님께서는 어느 소자에게 베푼 것이 바로 내게 한 것이라고 가르치셨건만 어쭙잖은 교만이 자기합리화를 무기로 손을 꽁꽁 묶고 있는 것이다. 차를 마시자며 찻집에 들어가 빙수 한 그릇씩을 먹었더니 한 그릇 값이 1만 2천 원이라 5만 원 돈을 지불하고 나왔다. 아무리 덥다 한들 그깟 한 모금 안 먹고 아까 그 장애인에게 1만 원권 하나쯤 쾌척했더라면 참 마음이 편할 걸 그랬다. 공연히 시원하던 목이 따끔거리는 것 같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모처럼 친구들에게 시원한 얼음 한 사발씩 대접했으면 그것으로 기뻐하고 나중에 또 적선해야 할 기회가 되면 서슴없이 할 일이다. 도대체 언제나 돼야 주위 시선 상관없이 아무 데서나 전도하고 형편이 허락하는 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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