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저일 생각하니] 정철 시조 한수에 감명 받은 나, 부모님께 불효죄를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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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효자 하나가 밤마다 부모님 산소에 문안을 드렸다. 아우가 민망해 혼자 부모님 산소 가는 길에 머리 위로 호랑이가 흙을 끼얹어 무서워 갈 수가 없었다.

되돌아와 형과 함께 가니 효자의 길이 고요했다. 호랑이도 형제의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진심인가 거짓인가를 잘 알아차린 것이다. 578돌 한글날 행사에 참여하고 고향 경남 함양군 마천에 내려갔다. 내가 자란 도촌 뒷산 곰달래산 기슭에 부모님 산소가 있다. 가시길을 헤치고 양복을 입은 채 부모님 산소에 갔다. 두 봉분이 나를 맞아 주었다. 나는 먼저 고개 숙여 깊이 나의 지난 불효부터 용서를 빌었다. 

부모님 은혜로 대학원까지 공부한 나는 지식인으로 교양인 교육인으로서 부모님께 교만하며 불효막심했다. 때로는 언행도 불손했다. 1975년 9월 먼저 아버지가 66세로 돌아가시고 2007년 9월 어머니가 88세로 별세했다. 두 분 다 젊은 날 사시던 도촌마을 뒷산에 산소를 마련해 드렸다. 산새소리 냇물소리 들려오는 곰달래산 기슭에 두 분은 흙이불 덮고 주무신다. 지난 오월 오동해 아우가 조카 오재욱하고 벌초를 말끔하게 해 두었다. 그러나 두 봉분에 끈질긴 쑥풀이 자라 나는 손으로 한참 뜯었다. 그리고 다시 묵념으로 불효죄 용서를 빌고 산을 내려 왔다. 부모님이 돌아 가셨을 때 내 머리 대번에 떠오른 시조는 정철(1535-1593)의 훈민가 한 수였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지나간 후면 애닲다 어이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이 시조에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불효였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철들어 부모님께 효도하려 드니 어느새 흙이불에 주무신다. 십계명 제5계명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그렇게 깊이 일깨워 주어도 나는 부모님 귀한 줄 몰랐던 멍청 바보였다. 화성교회 개척하신 장경재(1918-2001) 목사님은 “존귀에 처하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멸망하는 짐승과 같도다” ‘시편 49편 20절’를 인용해 사람답게 성령충만하게 살아갈 길을 잘 일깨워 주셨다. 배웠다 해도 나는 효도를 깨닫지 못해 짐승처럼 살았다는 자책감이 늘 내 가슴을 찌른다. 늘 농부요 노동자로 지게지고 처자식 먹여살린 아버지의 지게 인생은 심히 고달픈 삶이었다. 산소 비석에 자식에게 남긴 말씀은 “너희는 거짓말 하지 말라”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거짓이 나라를 망친다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와 도산으로부터 “거짓없이 살자”의 참삶을 배웠다. 어머니는 산소 비석에 “자식은 쪽박을 차도 가르쳐야 한다”는 훌륭한 가르침을 주셨다. 진주 하씨 뼈를 내세우며 “너희 5남매는 뼈 있게 살아 가거라” 평상시에 가르쳐 주셨다. 부모님의 참삶, 뼈삶에 나는 빛삶을 보태서 중·고·대 근 50년 교편생활에 참삶 뼈삶 빛삶을 송골 교육철학으로 삼고 제자들 가슴에 깊이 심어주었다. 배움은 없어도 나의 부모님은 생활철학으로 자식에게 진실과 지혜를 일깨워 주셨다. 어머니는 한글을 해득하시고 성경 말씀을 애독하시며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주셨다. 옛도덕에 삼강오륜이 있다. 함축하면 충효열 삼강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남편에게 열녀가 되는 덕목이다. 이 삼강오륜 사상은 아직도 파랗게 살아 있다. 우리는 봉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드린 만고 효녀 심청의 효심을 잘 배워야 하겠다. 난중일기에서 보듯 어머니께 행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극진한 효심도 잘 본받아야 하겠다. 배울수록 불효하고 안 배울수록 효도한다는 말이 있다. 공부 높이 한 사람들이 불효자가 많다. 공부 조금밖에 못한 자식들이 더 효도를 잘하고 있다. 정철 시조에 불효를 철저히 깨친 나는 참삶 뼈삶을 가르쳐 주신 부모님께 날마다 아니 순간마다 불효죄를 빌며 가슴 깊이 뉘우치고 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우리 이 제5번째 십계명을 명심하며 살아가자.

오동춘 장로

<화성교회 원로, 문학박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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