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가고 거기서 빌립보에 이르니 이는 마게도냐 지방의 첫 성이요 또 로마의 식민지라 이 성에서 수일을 유하다가 안식일에 우리가 기도할 곳이 있을까 하여 문 밖 강가에 나가 거기 앉아서 모인 여자들에게 말하는데 두아디라 시에 있는 자색 옷감 장사로서 하나님을 섬기는 루디아라 하는 한 여자가 말을 듣고 있을 때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신지라 그와 그 집이 다 세례를 받고 우리에게 청하여 이르되 만일 나를 주 믿는 자로 알거든 내 집에 들어와 유하라 하고 강권하여 머물게 하니라” (행 16:11-15)
어느 날 밤에 사도 바울에게 환상이 보였습니다.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바울에게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복음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바울 일행이 배를 타고 마게도냐 지방으로 건너갔습니다.
빌립보에 이르러 문 밖 강가에 모인 여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자색 옷감 장사를 하는 루디아도 거기 있었습니다. 참고로 당시 자색 옷감은 부유층이 사용하는 옷감이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때, 루디아의 마음에 울림이 있었고, 그녀는 그 울림을 붙잡았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인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루디아가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멀리서 어떤 이야기를 전하러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그 마음이 열려 복음을 받아들였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루디아는 이미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그에게 의지하고 싶었을 것이며 그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을 것입니다.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고 있던 루디아에게 정말 선물처럼 또는 도둑처럼 복음이 임했던 것입니다. 그녀는 바로 세례를 받고 그의 집도 모두 세례를 받습니다. 또한 바울 일행을 집으로 초대해 유하도록 합니다. 동지(同志)가 된 것입니다.
동지는 같은 갈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편이 됩니다. 같은 편이 되면 잘해주고 싶어집니다. 루디아는 그들을 섬기고 재우면서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타지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등의 생각을 하며 하나님의 긍휼로 그들을 바라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빌립보 교회가 태동합니다.
이 다음부터 성경에서 루디아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일 후의 루디아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록되지 않았기에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루디아의 인생은 분명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기 전, 로마 병사들이 예수님에게 자색 옷을 입히며 조롱했습니다.(막 15:17-20) 루디아가 바울 일행을 만난 뒤로 자색 옷감 장사를 계속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자색 옷감을 볼 때마다 루디아가 느끼는 감정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울림을 주신다면 우리는 루디아처럼 그 울림을 바로 알아채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봅니다.
이연범 장로
<부천노회 장로회장, 부천명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