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국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왕정체제가 지배적이다. 서양에서는 중세 봉건 왕정체제를 거쳐 근세시대로 넘어오면서 절대 왕정체제가 구축되었다. 그 이유는 중세 말기 농민들의 반란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반란이 프랑스의 자크리의 난(Jacquerie’s Rebellion, 1358), 영국의 와트 타일러의 난(Wat Tyler’s Rebellion, 1381) 등이다. 또한 십자군 전쟁 후 봉건체제가 무너지고 도시가 발달했다. 그런 변화와 혼란을 극복할 강력한 군주정치 체제가 요구됐다. 이런 시대적 배경 하에 마키아벨리(B. N. Machiavelli)의 군주론(il Principe)이 대두했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 군주의 절대권을 합리화하는 왕권신수설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군주의 절대권을 반대하는 청교도혁명(1642), 미국독립혁명(1776), 프랑스혁명(1789) 등이 발생했다. 이들 시민혁명에서는 왕정체제를 거부하고 공화정을 주장했다. 제1·2차 세계대전 후 대부분이 왕정체제를 거부하고 주권재민의 바탕 위에 민주공화제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G7국가에서 왕정체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일본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의 왕권은 상징에 불과하고 의회의 다수당 대표가 수상으로서, 모든 정치적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G20 국가에서 세습왕정 체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아라비아이다. 그 나라 말고도 이슬람 권에서는 칼리프(Caliph)가 정치와 종교의 전권을 행사하는 전통적 문제가 남아 있다. 그 이외에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상징적으로 영국왕을 존중하는 풍토가 남아 있으나, 실제로는 의회민주주의를 실시하면서 다수당의 대표가 수상이나 대통령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국의 대법관, 철학자, 과학자로 유명한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최고의 증거는 단연 경험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과학적 경험에 근거해 4대 우상(Idola)을 주장했다. 그것은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다. 여기에서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이란 세계의 모든 현상을 인간의 관점에서 보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종족 그 자체가 갖는 보편적인 선입관이다. 공통된 감각, 상식 등에 의해 자기 목적에 맞게 세계를 파악하고 해석하려는 그릇된 관념과 오류를 말한다. 즉 종족 그 자체를 자기 목적에 맞게 편견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김정일은 소련(SFSR, 러시아소비에트 연방사회주의 공화국) 프리모리예지방 보로실로뜨시(현, 러시아 극동 연방관 프리모리예 지방 우스리스크)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선전하면서 여러 유적을 백두산에 만들어 놓고 주민들로 하여금 경배하도록 하고 있다. 근거 없는 백두혈통을 진실로 둔갑시켜 권력의 정통성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진실을 추구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관에 정면 배치되는 행위이다. 북한은 민주정과 공화정을 국호로 내세우면서도 3대 세습에 이어 어린 김주애를 통해 4대 세습을 하려는 전주곡을 내보이고 있다. 전 세계의 시대사조는 주권재민 하에 전제정에서 민주정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왕조체제는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민의(民意)의 진정한 대표자가 국가를 이끌어 가고 있는 추세라는 말이다.
북한이 왜 세계에서 그토록 낙후된 후진국에서 헤매는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잘못된 세습체제를 계속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말한 것처럼 편견을 버리고 김씨 왕조의 ‘종족의 우상’에서 벗어나 진실과 정의의 터 위에 실질적 민주국가(民主國家)를 바로 세울 때, 북한은 세계적인 국가로 도약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