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하나님의 훈련

Google+ LinkedIn Katalk +

사람은 무슨 일이 좀 잘 풀린다 싶거나 간절한 애로사항이나 급박한 일이 없으면 기도를 게을리하게 된다. 갈급해야 매달리게 되고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만 감사기도를 열심히 드리지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나태해지기 일쑤다. 이런 우리의 약점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녀에게 적당한 긴장을 주심으로 기도하게 하는 치밀한 훈련계획을 세우시고 어김없이 진행하신다. 

어제 건강검진을 받는데 MRI 촬영을 위해 틀니와 보청기를 빼는데 세상에 왼쪽 귀의 보청기에 손을 대는 순간 귓바퀴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것이다. 이게 웬일인가 큰일 났다, 어디서 잃었을까, 청력검사실에서 빠트렸나? 바닥을 아무리 샅샅이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검사원이 여기서는 떨어지는 소리나 아무 흔적이 없었노라며 검사를 재촉하는 것 같아 우선 검사부터 하기로 하고 기계 속에 누웠다. ‘하나님 어차피 잃은 것인데 제가 초조하지 않은 평정심을 유지해서 이 검사나 잘 받게 도와주시고 청력실에서 찾게 해 주십시오. 아니면 500만 원 들여서 새로 만들어야지 할 수 없지요. 찾게 도와주시면 감사할 뿐입니다’ 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촬영을 잘 마쳤다. 

기계에서 내려와 틀니를 끼고 한쪽 보청기를 낀 후에 일어서는데 직원이 내 옷소매 접힌 부분에서 보청기를 발견해 꺼내 주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반가운지 그것이 기계 속에 들어가서 변고가 생기거나 하는 것은 염두에도 없었다. 좀전의 부족한 내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뜨거운 감사를 드리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기도의 훈련을 시키셨구나. 

모든 검사를 다 마치고 죽 한 그릇을 먹고 거리를 걸으면서도 전혀 귀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참 후 강약을 조절하려 왼쪽 귀의 보청기에 손을 대는데 전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상해서 아무리 주물러 봐도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일시적 현상이겠거니 하고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새 건전지를 갈아 끼워봐도 소리가 없다. 아아 이게 기계 속에 들어가서 문제가 생겼나 보다 싶은 생각이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일단 수리를 맡겨 보고 안되면 새로 해야 된다는 설명을 듣고 나오며 평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선하게 해주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