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는 ‘이모님’이신가요
이 원고를 쓰고 있는데, 소설가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뉴스가 떴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니 이 얼마나 바라던 경사(慶事)인가. 한글날이 어제였는데 연이어서 우리 한국어의 힘, 국가적 위상을 보는 듯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보며 좀 더 큰 욕심이 생긴다. 언젠가는 영어 등의 언어로 번역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한국어 원본으로 수상할 날이 왔으면 하는 기대감이다.
언필칭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다고 자랑하는 나라가 우리 한국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문해력은 날이 갈수록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의 문해력 저하 현상은 웃어넘길 수만도 없게 되었다.
1) 이모씨(李某氏)와 이모씨(姨母氏)는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이다. 한자가 아닌 한글로 적힌 것을 읽으면 어느 쪽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
2)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하니 <나는 심심한 사과는 싫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심심(甚深)한 사과(謝過)는 마음 깊이 고마움을 상대방에게 드리는 말이다. 심심한(싱겁다의 순우리말) 사과(沙果)라면 당도가 낮은 사과를 뜻하는 것이다.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1948년), 국어기본법(2005년) 등으로 초중등학교 교과서나 관공서의 공문에서는 한자나 한자어의 한문을 쓰지 말라고 제한하고 있다. 필요한 한자를 괄호 속에 넣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법률에 근거해 모든 매체들이 한자어를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번역해 읽으라는 것이다.
필자는 자고이래로 자기 나라 언어 관행을 법이나 제도로 강제했다는 일화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배달민족의 언어관습은 상형문자 시대를 거쳐 한자를 편법으로 활용한 이두문자도 있었으나 훈민정음을 만들어 오늘의 찬란한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 국한문 혼용으로 일궈낸 것이다.
언어의 흐름은 생물적 근성을 지니고 있다. 언어 집단의 쓰는 말에는 생(生), 멸(滅), 신생(新生)의 과정을 거쳐가고 있다. 시대의 변화나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리글자인 한글(표음문자)과 뜻글자인 한자(漢字)(표의문자)로 된 한자어를 국한문으로 써 왔다. 소리 글자만 쓰는 언중(言衆)과 뜻글자만 쓰는 언중의 발상(發想)과 사고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어에 관련한 우려의 뜻을 담아 몇 편의 연작시를 쓰고 있다. 그중 한 편을 재수록한다.
우리 모어(母語)를 살리자
– 한국어가 한국인에게 묻는다
한국인 너의 모어는 안녕하신가 / 나라말은 지금 밀려드는 외국어의 쓰나미에 혼절(魂絶), / 생기(生氣)가 빠져나가는 중이다.
요람에서 익힌 모어 / 숨소리 말소리에 귀 기울이고 / 자장가로 익힌 어머님의 음성 / 그 정성 그 보람은 아련하구나
한자어는 한글 발음으로 적어 / 읽어도 뜻을 모르는 / 한맹(漢盲), 문맹(文盲)의 우중(愚衆)교육 / 말하고 듣기는 불명(不明)하고 / 글을 읽어도 그 뜻을 모르는 얼치기 문장 / 우리들의 나라말은 어디갔나
한국어는 한국인에게 묻는다 / 모어로 익힌 정신과 기상 / 우리의 모어를 살리자.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