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한국인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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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희망과 낙망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신문이나 책들은 오늘 희망에 찬 미래를 보여주다가 그 다음 날엔 어두운 현실을 알려준다. 희망, 꿈, 낙관, 자신감 같은 좋은 말들을 쏟아내다가 이내 좌절, 절망, 이별 그리고 죽음 따위의 슬픈 언어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마치 낮과 밤이 교차하는 것처럼.

2024년을 시작하면서 한가지 큰 바람을 가져보았다. 아니, 어떤 예감 같은 것이 찾아왔었다. 계속 내리막길을 가던 이 땅의 (합계)출산율이 0.73이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찍은 후 이제는 반등의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져 믿음으로 화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나라의 잘난 청춘 남녀가 언제까지 결혼을 겁내고 아이 낳아 키우기를 두려워하며 살아가겠는가 하는 의문이 커진 결과였다. 

나라의 정책수립자들과 지자체 관리들과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한가지로 인구감소와 노동력 저하를 우려해 출산을 장려하는 갖가지 인센티브를 내놓는 가운데 통계숫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연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빠른 나라다. 10월 들어서 드디어 결혼 건수가 전년대비 20퍼센트 증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고, 놀랍게도 월별 신생아 수가 2만을 넘었다는 더욱 놀라운 수치가 보도됐다. 이대로 젊은이들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가정을 꾸미고 아이들을 낳아서 출산율 2.0 이상을 회복하게 되는 희망이 퍼지고 있다. 

우리가 인구문제에서 한숨을 돌리게 되더라도 대한민국의 고민은 여러가지가 남는다.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상이변은 한반도에도 많은 재해를 가져오고 일상생활에서도 처음 겪는 어려움을 가져온다. 생선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닷물이 더워져 올가을에 전어구경을 못했다고 한탄하고, 엄청난 양의 우럭과 꼬막이 양식장에서 폐사한 것을 안타까워 한다. 불어난 수증기는 비구름을 두터이 해서 홍수가 도시와 농토를 휩쓸고 한편에서는 대형산불이 타오른다. 

우리에게 가장 큰 고민은 뭐니뭐니 해도 안보 불안이다. 북쪽의 무슨 기념일마다 등장하면서 점점 더 몸통이 굵어져 가는 그네들의 전략무기를 TV화면에서 보면서 위협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남쪽에 없을 것이다.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는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걱정하는 중에 갑자기 들려온 북한의 파병, 참전 소식은 큰 긴장감을 몰아온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말이 들려오니 전쟁의 그림자가 한반도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런 여러가지 고민에 끼어들어 우리들에게서 희망과 낙관을 갉아먹는 바이러스가 있으니 바로 국내정치의 저급한 아귀다툼이다. 작금에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은 이나라 80년 헌정사에 최악의 모습을 기록한다. 국가지도자의 현명한 선택과 부지런한 국민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나라가 살 만하게 되고 세계무대에서 자존감을 누리려 하는 차에 유독 정치판의 타락이 우리의 희망을 흔들어 놓는다. 정치는 권력과 연결되어 있기에 나쁜 정치는 나쁜 권력을 낳아 결국 나의 행복을 건드린다. 

2천600년 전 예레미아 선지자는 슬픔과 비탄과 눈물을 노래하고는 이어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심어주었다. 지금도 우리에게 희망의 원천은 예수 그리스도이고 소망의 문은 천국으로 열려 있지만 삶의 길에서 크고 작은 낙망을 만난다. 그러나 오늘의 고민은 희망을 타오르게 할 촉매제일 뿐이다. 늘어가는 결혼식 소식과 반등하는 출산율이 이를 증거한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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