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강좌] 부활 신앙의 기원과 부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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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앙의 기원과 내용 <4>

바울은 그리스도의 통치(나라)의 현재성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역사의 완성과 전인(全人)의 구원을 바라보았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몸과 역사를 배제하지 않는다. 바울은 예수의 부활을 근거로 죽은 자들의 부활을 변증한다. 미래의 부활은 참 사람, 곧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지닌 예수의 신분에 의해 보증된다. 바울은 예수의 부활은 더 큰 추수의 시작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예수의 부활은 하나님에게 대적하는 모든 권세들이 극복될 때 비로소 그 목적을 이루게 될 것이지만, 예수는 이미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이와 같은 역사적 희망을 알지 못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다.(고전 15:34) 

이어서 바울은 “죽은 자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며 어떠한 몸으로 오느냐?”라고 묻는 자들에게 다양한 비유를 들어 부활을 설명한다. 그것은 죽어야 비로소 살아나는 씨의 비유, 밀이나 다른 것의 형체로 변하게 될 알맹이의 비유, 아주 다르게 보이지만 모두 살아 있는 다양한 생명체(사람, 짐승, 새, 물고기)의 비유, 다양한 발광체(해, 달, 별)의 비유다. 이러한 물체들이 매우 다양한 현상 속에서도 동일성을 유지하듯이, 부활 후에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몸의 실존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현재의 몸과 동일하다. 미래의 몸은 지금의 몸과는 달리 허무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몸은 다른 몸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몸으로 변형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허무한 몸은 허무하지 않은 형상을 입게 되고, 죽어야 – 썩어야 – 할 몸은 죽지 않을 – 썩지 않을 – 형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고전 15:35-49) 

바울은 고린도후서에서도 ‘옷을 입는’ 비유를 다시 제시한다. 여기서도 바울은 부활을 통해 현재의 몸이 전혀 다른 몸을 위해 사라지거나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는 새로운 몸으로 변형된다고 말한다. “참으로 이 장막에 있는 우리가 짐진 것 같이 탄식하는 것은 벗고자 함이 아니요 오히려 덧입고자 함이니, 죽을 것이 생명에 삼킨 바 되게 하려 함이라.”(고후 5:4) 바울은 감옥에서 임박한 순교의 죽음을 목도하면서도, 그리스도가 선포된다는 사실을 기뻐하고 살든지 죽든지 그리스도가 영광을 받게 될 것임을 확신했다. 그에게 생명은 그리스도이며, 죽음도 유익하다.(빌 1:20 이하) 바울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는 새롭게 설정되었다. 살든 죽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있다. 그러므로 죽음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어놓을 수 없다.(롬 14:8 이하, 8:31 이하) 

생명과 죽음은 이제 하나님과 인간 관계의 척도가 아니다. 유일한 척도는 예수 그리스도요, 그분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스도는 죽고 살아나서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었다.(롬 14:9). 그리스도는 죽은 자로부터 일으킴을 받았고, 다시는 죽지 않는다. 죽음이 다시는 주인 노릇을 하지 못한다.(롬 6:9) 이러한 사실은 그리스도와 함께 세례를 받은 자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살게 될 것임을 확신하는 근거가 되었다. 비록 믿는 자는 죽을지라도, 그는 이미 죽음을 극복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삶은 그 자신의 삶이 아니다. “내가 산 것은 내가 아니요, 내 속에서 그리스도가 산 것이다.”(갈 2:20)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에게 속한 자들에게 생명을 허락한다. 그런 점에서 비록 그들은 죽어야 하지만, 죽음으로부터 벗어났다. 이제 죽음은 생명과 경쟁하지 못한다. 믿는 자에게 저주의 죽음은 풀려났다. 인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고후 5:17)

장차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를 갈망하면서 악한 열방들에 대한 심판과 고난을 당하는 하나님의 백성의 신원(伸冤)을 가져올 날을 갈망한 요한계시록은 – 비록 부활에 관한 핵심적인 단어들이 아주 드물게 나오지만 – 신약성서의 다른 책들 못지않게 부활 사상에 깊이 젖어 있다. 골로새서 1장처럼 요한계시록도 예수를 ‘죽은 자들의 첫 열매’(1:5)라고 말한다. 예수는 전에는 죽었지만, 지금은 부활함으로써 사망과 음부를 지배하는 권세를 갖게 되었다. 신약성서에서 자주 그러하듯이, 부활은 강력한 정치적인 강조점은 지니고 있다. 부활 사건은 예수를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열방 가운데서 세상의 올바른 주권자로 세웠다. 죽음을 두 단계로 구분하는 요한계시록은 부활도 세 단계(메시아의 부활, 첫째 부활, 최종적인 부활)로 구분한다.

이신건 박사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전)

•생명신학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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