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실종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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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찾아주십시오. 사라져 버렸습니다. 무엇을 찾느냐구요? 새빨간 단풍잎과 샛노란 은행잎이 다 길을 잃었는지 찾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이 들긴 들었는데 우중충한 것이 꼭 구정물에 헹군 빨래 널어놓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옆에 아직 물들 생각도 않는 듯한 잎사귀들은 푸른색을 띤 채로 말라서 곱지 않게 물든 잎들과 함께 떨어져 길만 어지럽혀 놓고 있답니다. 

너희들이 바라던 일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묵직한 색깔의 단풍도 좋지만 선명하게 물든 울긋불긋한 고운 단풍은 보기만 해도 온갖 시름을 다 날려주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답니다. 이 가을 그들이 더 이상 우리를 찾아와 주지 않으니 불안하고 속상합니다. 

내가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했지, 언제 마음껏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좋다고 허락했다더냐? 너희는 다른 것도 마찬가지고 내가 너희를 위해서 만들어 준 이 우주를 거저 생긴 걸로 알고 건방지게 파괴했느니라. 참다못해 내가 진노했으니 그리 알아라. 나는 안 들은 걸로 할테니 너희가 알아서 해라 불러오든지 찾아오든지.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우리가 패역해서 잘못했을 때 회개하면 용서하시고 다시 감싸 안아주신 그 은혜 다시 베푸사 우리의 환경을 회복시켜 주시옵소서. 다 제가 죄인입니다. 서로 상대방을 가리킨 것도 죄입니다. 우선 제 자신부터 환경파괴를 막는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회개를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머리 감을 때 샴푸 조금만 쓰고 설거지할 때 비누 듬뿍 아니고 적당히 쓰겠습니다. 음식을 마구 남기지 않고 적당히 덜어서 먹겠습니다. 반찬 하기 싫다고 툭하면 배달시켜 먹는 것 줄이겠습니다. 편하다고 주책없이 일회용품 마구 쓴 것 용서해 주시옵소서. 여름에는 부채 신세도 지고 되도록 선풍기도 덜 돌리고 냉방기는 많이 절제하겠습니다. 겨울에는 내복을 잘 챙겨 입고 난방도 약간 춥게 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잘못한 일들이 하도 많아서 회개한다고 나열하기도 민망하고 죄송합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아주 작은 일부터 고치도록 노력하겠사오니 우리의 단풍 실종신고를 접수하시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용서하시고 아름다운 그들을 돌려보내 주시옵소서. 우리의 마음도 지켜주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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