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의 이별은
긴 세월을 잊고 산
그때의 은퇴사를 되뇌입니다.
목양에 전념하느라
검은 머리에
살구꽃 하얗게 피어오름도 잊고
어느새 뜨문 뜨문
수를 헤아리게 된
머리칼을 만지며
또 한 해를 헤아립니다.
창문은 흐려
돋보기를 찾기 마련이고
흐르는 눈물은
예고없이 흘러내려도
영안은 더 밝아오니
오늘 하루는 더 새롭습니다.
겉 사람은
이렇게 변하여 약해져 와도
속 사람은
더 맑고 더 밝은 모습임을
12월에 오르니
더 아름다워 옵니다.
지나온
발자국은 바람결에 지워지는데
마음에 담은 얘기들일랑
내일의 꿈으로 알아
그리움을 남겨둡니다.
또
시간은 이렇게 흐릅니다.
<시작(詩作) 노트>
은퇴는 쓸쓸하지만 모든 게 인생의 순리라 할 수 있습니다. 왕성한 시절은 지나고 해가 거듭할수록 잊혀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또 흐르고 또 한 해를 넘기는 12월을 이렇게 맞게 됩니다. 머리칼은 하나 둘씩 줄어들고 들리는 귀가 말을 듣지 못해 가끔 오해를 만듭니다. 눈은 창문이 흐려집니다. 이런 은퇴자의 뒷 모습은 보기에도 외롭고 쓸쓸합니다. 그 유명했던 사도 바울도 말년에 쓴 편지가 사랑하는 후계자요 영적인 아들 디모데에게 쓴 디모데후서입니다. 디모데후서 4장 9절에 보면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고 합니다. 10절에는 떠나간 데마와 그레스게 디도를 말하면서 외로움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21절에선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고 하십니다. 12월은 추위가 오는 겨울입니다. 은퇴하신 분들은 더 외롭게 추워오는 겨울이라 하겠습니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