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길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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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의 머리를 잘라 물에 삶고 그 물을 먹여 병을 고친 일화는 춘천시 효자동에 전해져온 이야기입니다. 섬뜩한 사건의 주인공은 ‘반희언’이란 사람입니다. 1554년 5월 18일 퇴계촌에서 용장 반처량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임진왜란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노모를 모시던 중 노모 병환이 깊어집니다. 그는 효심이 가득해 눈물로 치료 약을 백방으로 찾던 중, 꿈에 노인이 나타나 치료 약을 가르쳐 줍니다. 대룡산 골짜기에 시신 세 구가 누워있는데 그중 머리 하나를 잘라 고아 달인 물을 마시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일러줍니다. 이튿날 대룡산으로 달려가 해가 지도록 시신을 찾아 헤맵니다. 한 골짜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시신 세 구를 발견합니다. 두렵지만 노모를 생각해 시신 중 머리 하나를 자르고 산에서 내려와 물에 달여 노모에게 마시게 하자 병이 고쳐졌습니다. 나중에 달인 물을 확인해 보니 시신 머리는 없고 천년 된 산삼이었습니다. 하늘은 반희언의 효심에 감탄해 ‘영약’(靈藥)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세상에 널리 퍼졌고 조선 왕 선조까지 알게 되자 선조 41년 효자문을 세워줍니다. 시신 머리를 들고 지나온 곳을 ‘거두리’(擧頭里)라 불렀고 반희언이 살던 마을을 ‘효자리’(孝子里)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아름다운 사건을 기억하고 회자하며 사람들은 ‘효자동’(孝子洞)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사건을 통해 기억된 지명이 있습니다. 본문 속 이스라엘 백성들은 ‘길갈’에 있습니다. ‘길갈’의 뜻은 ‘굴리다’(wheel)입니다. 기적으로 요단강을 건널 때 하나님께서는 열두 돌을 주워 길갈에 기념석을 세우라 하셨습니다. 길갈 안에는 몇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애굽에서 받았던 수치(노예생활)가 지나갔고, 둘째 이곳에서 거듭났으며, 셋째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란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널 때 하나님 말씀(법궤)이 바닥까지 함께 내려간 것은 마치 바울이 로마서에서 전한 말씀처럼 우리가 예수와 함께 세례를 받은 사건과 같은 사건입니다. 우리 옛사람이 주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고 장사 되었듯, 이스라엘 백성들도 요단강을 건널 때 이전 삶은 죽고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주와 함께 거듭나고 새 삶을 얻은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도 요단강에서 나올 때 거듭나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길갈의 기념 석은 이런 놀라운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열두 돌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길갈의 기념석을 볼 때마다 하나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마치 효자동 효(孝) 이야기가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기억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듯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와 후손들도 기억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억하는 자는 섬김의 자리로 나갑니다. 길갈로부터, 십자가로부터 시작된 하나님 은혜를 기억하며 섬김 자리로 나가시길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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