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통한 삶과 믿음 이야기] 고난의 의미와 가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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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눅 13:24)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 의미는 무얼까? 고난의 길은 인생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라는 말씀이다. 십자가의 고난은 말할 것 없고, 진실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들이 고난 없이 승리로 이끌어 왔다는 과거 역사를 읽어본 일이 없다. 생의 승화를 위해서 고난은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임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고난의 의미란 무엇이며 그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위대한 종교, 위대한 사상, 위대한 예술 등 위대한 모든 일은 고난 속에서 탄생한다. 인생에서 고난 없이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니, 인간의 가치는 고난을 승리로 이끌 때에만 그 보람이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미켈란젤로의 조각품을 실제 본 일은 없지만, 글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는 그가 만든 많은 조각품들의 소재가 노예의 비참에 잠겨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노예는 인간의 존엄성이 전혀 없다. 오직 기계처럼 노역하는 자요, 때로는 주인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하여 팔고 사는 물건의 가치로만 인정될 뿐이니 얼마나 비참하고 처절한 삶인가.

미켈란젤로가 죽을 때까지 가장 아낀 조각은 ‘승리’란 작품이다. 그 조각은 전쟁에 나간 왕이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했을 때 인간의 존귀한 심리를 그대로 묘사해 놓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쟁에 승리한 왕이 적장의 목을 자기의 무릎으로 짓누르며 칼을 뽑아 적장의 목을 찌르려는 그 순간, 너무 비참하게 죽어갈 원수의 얼굴이 떠올라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승리’의 작품이다. 

그는 인간이 가장 즐거워해야 할 승리의 한 가운데에서 인간 본연의 심리인 인정이 그의 마음을 지배했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하늘을 바라본 것이라 했다. 그 인정인 사랑의 심리를 조각에 섬세히 묘사했기에 위대한 작품으로 탄생된 것이다.

사랑은 인간의 근본 심리로 없어서는 아니 될 가장 존귀한 가치다. 그러기에 성경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다”(고전 13:1-3)고 했다. 이처럼 사랑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기에 ‘승리의 작품’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일으킨다. 

전쟁은 승리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승리의 반대는 패배요, 멸망이기에 이를 기필코 이뤄야 한다. 그런데 승리한 왕의 인정 즉 사랑이 담긴 심리가 이 조각품에 새겨 있다고 해서 위대한 예술, 영원한 가치를 지닌 예술이라고 하니 언듯 생각하면 모순인 듯 여겨진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없다. 만인은 만인에 대한 전쟁의 상태였다. 그런데도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는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인간이 위대함은 비참을 극복하려는 사랑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참은 고난이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고난 뒤의 승리는 인간의 욕망 중 최고의 가치를 이룬다. 과연 그렇지 아니한가.  

하재준 장로

 중동교회 은퇴 

 수필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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