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퍼센트, 25만표 근소한 차로 이겨 ‘정권교체’를 이루고 오늘에 이르렀다. 2년반이 지나는 동안 이 나라는 정치집단의 대립이 날로 격화되어 국회는 하루도 쉬지 않고 여야간에 독하고 악한 언어로 싸움을 이어왔고 광화문에서 남대문에 이르는 수도의 중심대로는 주말마다 서로 반대되는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대에게 점거되었다.
일간지에서 인터넷 신문에 이르는 대중매체들은 제각기 좌, 우, 진보, 보수를 표방하며 정해진 노선을 따라 독자층을 확보하려 온 힘을 다 쏟으니 언론의 정도라 할 ‘시시비비’, ‘춘추필법’의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방송은 더 심해서 공영방송, 민영상업방송 가릴 것 없이 친정부, 반정부 색채가 뉴스화면을 켜자마자 드러난다.
모바일 기기와 집안의 모니터를 급속히 장악해가고 있는 유튜브 전파영상도 좌와 우로 갈라져서 어느 한 쪽을 켜고 들어가면 소위 알고리즘의 효과로 줄줄이 같은 성향의 콘텐츠를 달고 나오면서 갖가지 정치 이슈를 놓고 공방을 벌인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청문회 장면도 한 쪽에서는 야당의원의 가혹한 질문으로 채우고 다른 쪽은 답변자의 거센 반격에 초점을 맞춘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나만이라도 냉정히 옳고 그름을 따져보려 해도 판단이 흔들리기 쉽다.
내가 속한 교회는 정통보수 교단으로 인정되기에 장로들의 대화는 대체로 의견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고 무슨 이념적 편차가 노출되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창회나 전문직업인들의 카톡방 같은 데서는 상이한 입장들이 제기되어 격한 논쟁이 전개되기도 하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서로가 불편해지고 마음이 상한다. 고령화로 인구구조의 변화가 뚜렷해지면서 세대 간의 불신도 더욱 날카로워져 갈등구조의 악화를 부채질한다. 이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 성숙한 자세와 행동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존재이유라 할 만큼 중대한 과제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북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이고 그 다음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세계사의 주역의 자리에 튼튼히 서는 것이다. 이 부동의 명제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유민주사회의 근간을 지키면서 개인이나 집단간의 갈등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고 최선을 다하는 경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판에서는 허위와 기만과 선동으로 적대감을 조장하고 상대 측을 죄악시하는 증오의 경주가 계속된다. 독수리의 양쪽 날개 비상론은 대학 강의실에서나 들려오는 수사에 불과하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하나님이 여호수아에게 엄명하신 이래 우리들 그리스도의 백성은 공동생활에서 이를 가장 엄중히 지켜야 하는 도리로 받든다. 여기에 “모든 율법을 지켜 행하라”는 요구가 앞에 오는데 이는 오늘에 무슨 뜻을 갖는가? 그것은 우리의 헌법과 법률과 양심의 법이며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사회 윤리이며 인간다운 품격이다.
옛 사도들이나 오늘의 목회자들이 가르치는 바는 좌우중간의 중도(中途)가 아니라 옳고 바른 정도(正道)를 걸어가라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미움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앞으로 광화문 광장이 더욱 시끄러워질지라도 세속적 이념의 극단을 거부하고 이웃사랑에 앞장서는 무리에게 하나님은 승리의 월계관을 약속하신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좌우 사이의 제3의 길이 아니고 정의의 길, 사랑의 길이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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