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유학 중이던 한국 유학생이 뜻하지 않은 교통 사고를 당했다. 모두들 죽었으리라고 생각한 끔찍한 사고였다. 프랑스 일간지에 ‘동양 유학생, 교통사고로 사망’ 기사가 상세히 보도되었다. 그러나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의식이 회복되었을 때 의사가 물었다. “혹시 교회에 다니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시는 분이 계십니까?”
어머니의 모습이 불쑥 떠 올랐다.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기도하는 어머니! “네, 있습니다.” “누구시죠?” “제 어머니입니다.” “그렇군요. 당신 어머니의 기도가 당신을 살렸습니다. 당신이 그 교통사고에서 살아난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평생 대중 음악에 몸 바쳐 살아 온 길옥윤 씨, 그의 ‘이별 콘서트’가 서울에서 열렸다. 일본 병원에서 치료 중에 귀국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사랑을 받던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골수암(骨髓癌)까지 찾아와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를 타야 했다. 69세였다. 원망스러운 말년(末年) 인생이었다.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처음에는 무척 서러웠지만 차츰 골수암을, 더불어 살아야 할 동반자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님으로 받아 들이게 되었다. 그는 중한 병을 만나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고 생명이신 예수를 만나게 되었다.” 가톨릭에 귀의(歸依)했다. 하나님의 은총이고 구원의 손길이었다. 하반신 마비로 움직이지 못할지라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세상과 구별된 삶이었다. 그후 ‘성모 송'(聖母 頌) ‘마리아’ ‘우리 어머니’ ‘하나님의 보살핌’ ‘사랑으로 다시 소생’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등 성가(聖歌)를 작곡했다.
스티븐 스필버그(S Spielberg. 1946~. 미국) 감독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나치 수용소에서 1천200여 명, 유대인의 생명을 구출해 낸 쉰들러의 실화다. 자신들의 이념과 목적하는 바를 위해 무고한 유대인 수백만 명을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마구 학살한 독일 나치(Nazi)!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었다. 쉰들러도 자기 본능대로 살았던 사람이다. 술과 여자와 돈의 노예, 협잡꾼, 짐승같은 인간이었다고 자신의 인생을 회고했다.
그러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양심을 깨우고 변화된 쉰들러!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나치 수용소로부터 1천200여 명이 넘는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해냈다. 쉰들러의 얘기를 들은 작가 토마스 케닐리(T Keneally, 호주 소설가, 1935~)가 쉰들러를 찾아 갔다. “당신은 나치 당원이었는데 왜 당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유대인들을 구했습니까?”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쉰들러는 참으로 인간다운 인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영화 속에 나타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실상을 발견하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다음 한 동안 할 말을 잊는다. 짐승처럼 본능의 노예가 된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 아니 짐승만도 못한 자신이라는 양심이 꿈틀대기도 한다. 불구하고 자신의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열망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은 흙으로 창조되었다. 모든 생명은 흙 속에서 움트기 시작한다. 흙은 참으로 정직하다. 절대로 거짓 행하지 않는다. 불의,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다. 콩 심으면 콩나고 팥을 심으면 팥을 낸다. 절대 순종이다.
토기장이의 손 안에 든 흙은 절대로 자기 주장을 하지 않는다. 흙으로 지음 받은 자답게 피조물로서의 겸허한 생명의 삶을 산다. 예수님을 바라보며 사랑의 삶, 정직한 삶, 순종의 삶을 추구하는 자가 되어 살게된다.
김용관 장로
<광주신안교회·한국장로문인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