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계절이 왔다. 덩달아 폭설도 내렸다. 징글벨 소리가 한층 가깝다. 성탄절의 시작은 대강절(대림절)부터다. 금년엔 12월 1일, 첫 주일이었다. 대강절(Advent)은 성탄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로, 초림뿐 아니라 이제는 재림도 포함된다. 회개와 정결함과 소망으로 예수님을 기다린다.
우리교회에서는 이날 모든 교인들(아기들까지)에게 5천 원씩 나누어 주었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일련번호까지 맞춘 새 돈 천 원짜리 5장과 이웃을 섬긴 사연을 적어 내도록 했다.
이른바 5천 원 산타다. 이유는 그랬다. 동방박사는 아기 예수께 황금, 유향, 몰약을 드렸다. 우리는 무엇을 드릴까? 을씨년스러울 수 있는 12월, 회색도시에 온기를 불어 넣어보자. 저마다의 몸짓으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섬겨보자. 가족별로, 선교, 전도회별로, 기관이나 구역별로, 때론 혼자서라도… 그리고 성탄절 예배 아침에 성탄 헌금과 함께 이웃을 섬긴 사랑을 아기 예수께 드려보자. 그 일로 예수님이 기뻐한다면, 어찌 5천 원만 쓰겠는가! 수백 명의 교인이 흩어져, 구석구석 스며들어 예수님의 사랑을 나눈다 생각하니 벅차다.
사실, 신앙인이라면 누구라도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나, 바쁜 일상에 놓치고 산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온다. 마음만 있을 뿐, 행하지 못한 채 또 한해가 지나간다. 하여, 교회적으로 이 마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시동을 건 것이다. 받아든 5천 원은 마중물이 된다. 예수님을 기쁘게 할 종자 씨가 된다. ‘교회가 헌금만 하라는 줄 알았는데, 돈을 나누어 주네’ 함부로 쓸 수 없는 거룩한 선물을 받은 양, 고민하게 된다.
실상, 돕는 일은 어렵다.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런데 교회에서 내준 숙제를 하려 하니 보인다. 찾으려 하니 찾아진다. 감동어린 사연들이 잦아든다. 평범한 일상에 놀라움이 깃든다. 저렇게도 사는구나. 예전엔 몰랐는데… 보고하는 사연이 하늘을 난다. 망원경으로 보던 세상이 현미경으로 보인다. 지나쳤던 사람들이 의미로 다가온다. 아, 이렇게 영혼을 보는 눈이 열리는가 보다.
그렇게 옴니암니 여전히 추운 겨울을 녹인다. 그러기를 26년, 세월만큼이나 하늘에 은총도 쌓였으리라. 시로 표현하니 더 푸근해진 마음이다.
마음도 얼어붙는
오늘같이 추운 날엔
따뜻한 차를 끓이고 싶습니다.
외로운 세상에
기대며 살라고 보내준 당신과 함께
호호 언 손을 녹이며
사랑의 차를 끓이렵니다
받아도 부담 없고
주어도 가벼운 오천 원을
은혜로 빚어 만든 질그릇에 넣고
하나 가득 긍휼의 물을 부어
나죽어 그대 사는 희생의 불로
하얀 밤을 지새우며 달구겠습니다
이내 우러난 진한 차 한 잔으로
춥고 갈한 목 축이라 나누면
혹한의 세상에도 봄바람은 불어
천지엔 살 맛 나는 내음이 짓겠지요
다시 끓여도
그 맛이 닿지 않는 신비한 차 맛은
십이월에 끓여야 제 맛입니다.
아기의 돌날에 축하하려고 찾아온 손님들이 있었다. 외투를 벗어 올려놓았는데, 아기가 있는지를 몰랐다. 그 위에 쌓고 쌓았다가, 아기가 죽을 뻔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대강절! 누구를 위한 생일잔치인가?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가. 세상은 온통 성탄 분위기를 장식한다. 막상 아기 예수님은 숨막혀 한다. 아기 예수는 어디 있는가.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 기쁜 선물을 준비하자. 이것이 대강절을 보내는 소박한 마음이리라.
여전히 외치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 “기쁘다 구주 오셨습니다”
곽충환 목사
<한남대 이사장, 나눔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