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12월에 기본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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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휘호를 쓰고 신춘덕담을 나눈 지 어언 12개월 360일을 지나왔다. 이제 잠깐 서서 2024년을 역사 속으로 정착시키기 전에 처음 출발선과 출발 때의 각오와 계획 또는 소원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반듯하게 걸어왔는가? 혹시 출발선과 엉뚱한 곳에 와있지는 않는지 초지일관(初志一貫)되게 살았는가? 항상 12월은 처음 1월과 연결시켜 선(線)의 곡직(曲直)을 살펴보고 다음해(2025년)에게 연결 바통을 넘겨주어야 한다. 한 해의 결산과 삶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아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사람만이 자기를 객관적으로 검토해 칭찬도 하고 감사도 하며 반성과 회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성찰이 없으면 인간이랄 수 없다. 동물들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공간, 우리가 지금 여기에(Here and Now) 서있는 현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하게 될 미래의 시간과 공간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깨닫고 느끼고 이해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 서있는가? 나의 좌표도 보다 큰 차원에서, 보다 높은 지점에서, 보다 넓은 세계 속에서의 비교 좌표로 볼 수 있어야 사람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아 시 한 편으로 나를 다시 생각해본다. ①“사랑보다 찬란한 보석이 없음을/정녕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누구를 미워한 날이 더 많았던/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믿음보다 진실한 빛이 없음을/가슴으로 새기고 새겼어도/불신의 늪으로 높은 울타리만 쌓았던/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용서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없음을/진실로 깨닫지 못하고/반목의 싸늘한 바람만 불어왔던/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비우고 낮추라는 말이/정녕 옳은 줄은 알지만/부질없는 욕심의 씨앗만 키워왔던/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변명으로 포장한 고집과 아집으로/고요한 자성의 목소리를 잃어버린/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끝내 용서하지 못하고/끝내 홀로인 고독의 외딴 방으로/어리석게도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린/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나만 잘 살고/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불치의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 채/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뒤돌아서 당신을 비난했던/슬기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지혜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12월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곧 하얀 눈이 펑펑 올 것 같습니다/그때, 내 마음의 천사도 함께 왔으면/오늘은 왠지 하얀 눈길을 걷고 싶습니다”(이채/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②“우리가 눈발이라면/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진눈깨비는 되지 말자/세상이 바람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사람이 사는 마을/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우리가 눈발이라면/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편지가 되고/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새살이 되자”(안도현/우리가 눈발이라면) ③“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동안/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무심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자/눈 내리는 12월의 겨울나무는/벌거벗은 힘으로 깊은 숨을 쉬며/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고개 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그립고 눈물 나고 사랑하는 것들은/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그것들이 내 등을 밀어주며/등불 같은 첫 마음으로/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박노해/등 뒤를 돌아보자) ④“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천상병/귀천(歸天) 이제 2024년을 마감하는 12월에 서 있다. 뒤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2025년을 바라보는 경계선에 서 있다.

김형태 박사

<더드림교회•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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