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온통 성탄 축하 분위기로 연말 장식에 바쁘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 예수님의 오심을 이렇게 축하해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들이 마음속으로 예수님을 구주로 받아들이든 아니든 장식하는 그 마음은 긍정적으로 보고 반기고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마음이 열릴 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는 기다리면서 한평생을 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젊은 시절 방송을 듣다가 어느 여류 소설가가 하는 말에 한동안 넋을 잃고 하던 일손을 멈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소설에 관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 하는 것은 한 대목이다. “여인들은 기다리면서 한평생을 살다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돌아올 가족들을 기다리고 살림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자식의 성공을 기다리고, 이런 기다림의 연속을 잘 견뎌내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 기다림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쌀을 씻어 앉혀 놓고 밥이 되기를 기다리고 뜸이 들기를 기다리고, 된장 뚝배기를 불에 얹고 보글보글 알맞게 끓기를 기다리며 불가를 떠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좋기만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며 괜히 신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상의 이야기가 바로 소설입니다.”
지금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친구를 기다리고 앉아 있다. 역시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물 한 잔을 불에 올리고 불가에서 그것이 끓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전철을 기다리고 수업 시작을 기다리고 식당에 가서 밥을 시켜 놓고 기다리고, 그래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런 일상의 기다림보다 훨씬 귀하고 큰 기다림의 한 중간에 지금 서 있다. 바로 주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귀한 성탄절을 기다리는 대림절 한 가운데 있지 않은가? 주일마다 촛불 하나씩을 끄면서 경건하게 기다림을 세어간다. 그동안 우리 마음속에 경건하고 사랑으로 가득찬 은혜에 흠뻑 빠져야 하는데 믿음이 깊지 못한 탓에 그런 것은 깜빡 잊고 눈앞의 불 끄기에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님, 우리가 어느 때쯤 되면 이때나마 주님을 기다리는 일념으로 날들을 보내며 경건해질 수 있을까요? 공로 없사오나 그런 복을 받고 싶습니다.
오경자 권사(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