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목회를 하면서 가장 힘이 드는 것은 뭐라 해도 사람 때문에 겪는 일들이다. 이주민 나그네들은 물론이고 동역자들과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함께 했던 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어 보내야 할 때마다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기에 더해 작은 교회를 목회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을 그저 바라보아야만 할 때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중심이 되고, 작든 크든 사람에게 의존하며 함께 살아간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더불어 사역을 나누고 힘을 보태는 관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단면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며 더불어 섬기고 나누는 나섬에서 사람은 가장 중요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많은 이들과 사역을 함께 해왔고 모든 교인과 봉사자들은 나의 동역자이며 동행자이다. 바울에게 디모데와 실라, 누가 등의 동행자가 있었고, 자주 장사 루디아와 뵈뵈, 아굴라, 브리스길라와 같은 동역자들이 있었으므로 바울은 위대한 사역자가 될 수 있었다. 바울의 선교는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닌 동역자들과 함께 이루어 낸 사역이다. 더욱이 바울은 눈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홀로 다닐 수 없었다. 그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므로 그에게 동역자 특히 그를 도왔던 이들의 동행은 절대적이었다.
그럼에도 바울은 인간관계가 그리 원만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을 처음 안디옥 교회로 인도한 바나바와 1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곧바로 결별했고 그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고집스럽고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었는지를 드러내었다. 그는 인간적으로 매우 고독했을 것이다. 어쩌면 남몰래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해 슬퍼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바울의 삶을 묵상하며 위로받곤 한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 나는 매우 약한 존재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다.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한 사역이지만 때때로 사람을 통해 힘을 얻고 사람을 많이 의지한 것도 사실이다. 사람과의 문제는 나를 슬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한다. 바울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바울도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바울은 끝내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거부했다.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만 바라봤다. 그는 십자가 예수만을 의지했다. 힘들지만 다시 바울의 말씀 앞에 선다.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자 스스로 다짐한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끝까지 함께 가는 관계는 없는 것 같다. 함께 가던 길에서 먼저 떠나는 이들도 있고 조금 더 멀리 가는 이들이 있을 뿐, 언젠가 우리는 헤어져 자신의 길을 간다. 그것이 인생이고 주님의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이면 오래오래 함께 가고 싶다. 그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나섬의 소중한 동역자로 연을 맺었다면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람에게 의지하지는 않으련다. 주님의 사역은 어떻게든 주님이 하실 것이니 말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