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성탄,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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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탄절은 ‘비상계엄’으로 얼어붙을 것 같았던 이 나라가 하나님의 큰 섭리 가운데 구원의 은혜를 입은 감사의 절기로 보내게 됐다. 세계인들은 2024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일이라 믿을 수 없는 사건에 놀라움을 넘어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지켜보던 해외 언론은 “세계에서 유래없는 민주주의 회복력”이라며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3일 오후 10시 30분 대통령이 긴급 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다음날인 새벽 1시 국회는 가까스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국회 출입이 통제되고 계엄군이 헬기와 버스 등을 이용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국회로 모여들었다. 다수의 시민들은 무력충돌이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계엄군이 소극적인 임무 수행으로 아찔한 상황을 면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민들도 계엄의 후폭풍을 계산할 새도 없이 국회로 달렸다. 영하의 기온 가운데 한강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국회 출입문을 에워싸고 계엄군의 국회진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까지 시민들은 매일같이 국회를 지켰다. 국회 밤하늘에 울려퍼진 노랫말과 응원봉에서 쏟아져 장관을 이룬 불빛은 탄핵 집회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외신은 하나같이 ‘축제’라고 표현을 했다.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탄핵소추 가결까지 이뤄낸 K-민주주의라는 평가를 내놓기 바빴다.

미 국무장관도 “한국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주었다”며 “한국이 헌법이 명시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철통같은 한미 동맹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는 ‘K-pop’, ‘K-culture’, ‘K-집회’ 등으로 이번 비상계엄에 대처한 대한민국을 평가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그리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구세대의 비상계엄이 2024년에 선포된 사건은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성숙한 시민들에 의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극복하는 모습은 전 세계의 이목을 붙잡고 민주주의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믿음의 우리는 이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이 섭리하셨다”고 고백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했던 기독 신앙인들의 항일 역사가 가슴에 살아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불공정과 부정의, 불평등과 불합리에 대항했던 믿음의 형제 자매들이 흘린 순교의 피가 아직도 마르지 않고 흐르고 있다.

민족의 위기 때마다 나라를 살린 기독인의 피흘림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자양분이 되어 오늘을 이루었다. 자칫 얼어붙은 성탄을 맞이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이를 극복한 것도, 이것을 넘어선 것도 모두 다 하나님의 은혜요 섭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조금 더 욕심을 가져본다면, 외신들이 이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K-Church’를 원인으로 분석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역사를 이끌어갔다고 자부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충격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울뿐더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데에서 기인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 변곡점에서 위기의 시대를 희망과 행복의 시대를 열었던 한국교회의 자랑스러운 역사의 DNA가 우리 신앙인들에게 살아 있지 않은가? 

성탄을 맞아 우리는 다시 역사의 전면에 서야 한다. ‘임마누엘’을 외치며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소망을 국민들 가슴속에 지펴야 한다는 의미다. 계엄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 고통 등 감내해야 할 것들이 폭풍처럼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소망이 없고 죽을 수 밖에 없는 길을 가야 했던 인류를 향해 ‘빛’으로 오신 우리 예수님을 떠올리자.

예수님으로 소망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복된 소식의 날, 다시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꿀 수 있는 행복한 성탄을 한국교회가 열어가자. 밤하늘에 밝게 빛남으로 복음의 시작을 알렸던 것처럼 대한민국이 걸어가야 할 좌표를 제시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채영남 목사

<증경총회장, 본향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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