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 되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며 성탄절을 맞이한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인류에게 진정한 평화를 약속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번 성탄절은 그 메시지와 너무나도 다른 현실 속에서 다가오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데모 속에서 ‘고요한 밤’은 사라지고, 정치적 구호와 분노로 가득 찬 군중들이 ‘거룩한 밤’을 밀어내고 있다.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예수님의 탄생이 가져온 진정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셔서 인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었을 때, 그 탄생은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빛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서는 그 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 어디에서도 예수가 태어날 자리는 없어 보인다.
예수 그리스도가 당시 정치적 권력자들에게 박해를 받았던 것처럼, 오늘날 예수는 세상과 교계의 권력자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다. 예수는 ‘인류의 구원자’로 세상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오시지만, 그 메시지를 받아들일 정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정치적인 비난과 고성과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예수는 더 이상 사람들의 대화 속의 주제어가 아니다. 2천년 전 예수 탄생의 때처럼 오늘 한국 사회에서 예수는 잊혀진 이름이다. 당시 세상의 권력자인 헤롯도, 빌라도도 예수의 탄생에 관심이 없었고, 교계의 지도자인 제사장과 바리새인도 구원자로 오신 예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구원자로 오시는 예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누구를 만나야 할까? 세상은 그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예수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무리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교계의 권력자들에게 예수는 어떤 존재일까? 예수는 정치적 이용의 도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선물을 바치며 경배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내가 받을 선물로 여겨지고 있지는 않을까?
성탄절이 다가오지만, 그 설렘과 기쁨은 사라지고 가슴 속은 답답하다. 이번 성탄절은 아마도 ‘블루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 아기 예수를 보지도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속에 가슴이 아프고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만 같다. 이번 성탄절을 어찌 보낼꼬!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