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선물》하면 유명한 단편 소설이 생각납니다. 바로 오 헨리(O. Henry, 1862~1910)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지요. 서로 사랑하지만 무척 가난했던 주인공 부부 「짐(Jim)」과 「델라(Della)」의 슬픈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내 「델라」는 남편 「짐」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자신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20달러를 마련합니다. 그녀는 이 돈으로 「짐」의 소중한 ‘금시계’에 어울리는 ‘백금시계 줄’을 구입합니다. 한편 「짐」은 아내 「델라」의 선물을 사기 위해 자신의 ‘금시계’를 팔아 「델라」가 오랫동안 원했던 아름다운 ‘머리빗’을 삽니다. 크리스마스 저녁에 두 사람은 서로의 선물을 교환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랑과 희생을 깨닫게 됩니다.
「델라」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없으니 머리빗을 사용할 수 없고 「짐」은 시계가 없으니 시계 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우리말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번역이 되었지만 이 책의 영문 원제(原題)는 「The Gift of the Magi」입니다. 이때 「Magi」의 영어발음은 [매기]가 아니고 [메이자이]로 발음되는데 이 단어의 의미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러 간 동방박사》를 뜻합니다. 따라서 본 단편소설의 제목은 《동방 박사의 선물》이 되지요. 작가 오 헨리는 가난한 부부의 선물, 곧 부부가 상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애틋한 감정을 가리켜 감히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께 바친 선물》에 비교할 만큼 숭고한 것으로 여긴 듯합니다. 사실인즉, 선물은 물건의 가격보다는 그 선물을 준비한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더 소중한 것이니까요.
이 이야기의 중심 테마는 ‘사랑과 희생’이며 「델라」와 「짐」은 서로를 위해 가장 자신의 소중한 것을 기꺼이 희생합니다. 「델라」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짐」은 그의 금시계를 팔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합니다. 이러한 희생은 그들 부부의 사랑을 더욱 깊고 강하게 해줍니다. 작가 오 헨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델라」와 「짐」의 선물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위해 보여준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전적으로는 그다지 큰 가치가 있는 선물은 아니지만 부부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있는 선물이야말로 ‘진정한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지요. 이것은 ‘크리스마스’ 곧 ‘그리스도 탄생’의 본질적인 의미를 상기시켜주며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에서 사라져가는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본 단편소설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는 ‘반전(反轉)’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독자는 마지막 순간에 두 사람의 희생이 서로의 선물의 가치를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든다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전’은 단순히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장치이며 이 ‘반전’을 통해 독자에게 미소와 함께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델라」와 「짐」의 이야기는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영원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선물은 결과적으로 쓸모없게 되었지만 그 선물에 담긴 사랑과 희생은 영원히 기억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동시에 일상의 사소한 행동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이 작품은 사랑과 희생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주며 물질적인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줍니다. 「델라」와 「짐」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오 헨리의 ‘뛰어난 서술기법’과 ‘따뜻한 유머’ 그리고 ‘감동적인 반전’의 결말은 이 이야기를 고전적(古典的)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과 선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며 동시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이는 크리스마스의 본질적인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하며 현대 문명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델라」와 「짐」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시공(時空)을 초월해서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게 될 것입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