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몽골 가족노동사회복지부의 한국 사무소 책임자가 우리 학교에 방문했다. 그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 9천여 명의 몽골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5년 동안 몽골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 왔지만 정작 우리나라에 몽골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재한몽골학교에 들어오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 문제를 거론하며 더 많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 했다. 자신들도 협력하겠다면서 말이다. 얼마 전 만난 주한몽골대사도 내게 같은 부탁을 했었다.
마음 한구석에 부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부터다. 우리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고 대기하는 학생들이 늘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교육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궁리를 하고 방법을 찾아 보지만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고 달리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즈음 인천 송도의 세계적인 지구환경을 지원하는 단체의 몽골인 리더가 나를 찾아와 인천지역에 몽골학교를 세워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사실 그때부터 내 마음 한구석에 분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분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학교를 하나 더 세우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나는 계속 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지금까지 그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몽골 지소장으로부터 몽골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우리 학교 기숙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학교에 방문해 나와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때 그중 한 분이 “왜 이 고통스러운 일을 하고 사십니까?”라고 내게 물었다.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웠지만 그 순간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정말 나는 왜 이 길을 걷는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 자신에게 또 묻는다. ‘나는 힘들다 하면서도 왜 이 길을 계속 가고 있는가?’
나는 그분에게 자발적 고난을 선택했다고 말해 주었다. 어차피 인생은 자기만의 십자가가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왕이면 조금 큰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도 괜찮은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십자가를 지면서 고통스럽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오늘은 행복한 기도를 한다. ‘주님 저희를 도와주소서! 이 요구들에 대해 저희가 응답할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소서!’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