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예수님의 정신 되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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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렸다. 11월 말에 내린 첫눈이 이틀 동안 40cm 이상 쌓인 것은 10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눈의 무게를 못 이겨서 여기저기에 큰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고 꺾어진 풍경이 안타깝기만 하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정치적 혼란을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과연 며칠 후 12월 3일 한밤에 난데없이 계엄이 선포되고 군대가 국회를 포위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곧이어 서너 시간 후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바로 대통령이 계엄종료를 선언함으로써 다음 날은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1993년 문민정부로 민주화를 이룬지 지난 30여 년간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에서 난데없이 계엄이라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지만 바로 정치안정을 되찾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더라도, 비상계엄의 여파로 앞으로 다가올 정치적 혼란과 국민이 입을 경제적 피해를 생각하면 마음이 어두워진다. 

야당이 다수의 힘을 이용해 무차별적인 탄핵과 예산삭감을 자행함으로써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므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대통령의 발표를 들으면서, 과거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의 정치 현실에서 과연 계엄이라는 폭력적인 수단이 불가피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정의이고 상대방은 불의라고 믿을 때, 나는 선이고 상대방은 악으로 보일 때, 지도자나 국민 모두 물리적인 힘으로라도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웠다. 고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도 페리클레스 시대의 황금기가 지나자 곧 독재정치가가 등장했다. 

로마의 공화정도 시저의 등장으로 독재왕권의 길로 들어섰다. 자유, 평등, 박애를 이념으로 일으킨 프랑스대혁명의 결과는 또 어떤가? 혁명이 성공하고 전제군주를 몰아냈지만 곧이어 공포정치와 폭력이 뒤따르고 결국 나폴레옹에게 황제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근대사에서는 바이마르공화국의 혼란기에 선거로 집권한 히틀러가 독일을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이끌었는가 하면, 러시아에서는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공산혁명을 일으킨 소련에 역시 최악의 독재자 스탈린이 등장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91년 사회주의가 몰락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고 선언했지만, 지금 전 세계는 다시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선동가들에 의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5년 일제의 패망으로 독립은 얻었지만, 남북의 대립으로 이념의 갈등과 전쟁의 위협이 이어져 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은 수많은 시련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해 세계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이 서로 상대방을 불의와 악의 세력으로 간주하면서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불신과 증오 위에 민주주의를 세울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신뢰와 관용을 가지고 인내하고 노력할 때에만 가능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주장을 잠시 멈추고 상대방에게 귀 기울일 줄 아는 관용과 평화의 정신이다. 이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이사야서 42장 2절 말씀과 같이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면서도’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이 땅에 세상에 정의를 세우신 예수님의 정신을 깊이 되새겨볼 일이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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