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레드 라인과 자책(自責)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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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6.25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 선진국에 진입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는 30년간의 비정상적 군사정권의 정치문화를 극복하고, 민주국가의 선도국가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10대 무역국가로의 위상을 지닌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정치·경제적 모범국가로 성장했다. 2022년 5월 10일에 제2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특별히 강조하면서 자유민주국가를 더욱 발전시킬 것을 다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과천에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수원선거연수원, 서울관악청사에 297명의 특전사 군인을 투입 시키도록 하고, 그 후 헬기를 통해 280여 명을 국회에 투입시켜 야당국회의원들의 체포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선거 관련 청사에 군인 투입을 명령한 것은 일부 보수세력에서 제기하고 있는 부정선거 문제의 척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회에 군인들을 투입한 것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과 사법부 요인들에 대한 야당의 탄핵 남발, 이재명 대표 지지세력들의 빈번한 방탄 행위, 국가예산안의 불공정한 삭감에 대한 반발 등을 참지 못한 분노 폭발이라고 볼 수 있다. 

야당국회의원들이 아무리 비협조적이고, 대통령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분노 조절을 못하고 넘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은 것은 스스로 자폭을 자행한 어리석은 행동으로서, 그 같은 행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법에 따라 심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비상계엄을 부추기고 가담한 공모자들을 비롯한 관련자들도 엄격하게 의법조치 되어야 할 것이다.

야당 이재명 대표와 그를 따르는 세력들도 스스로 굴러온 횡재로 생각하고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 피해자들이라는 자세를 가진다면, 그것은 올바른 생각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건 발생에는 배경과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자들 누구를 막론하고 나라의 앞날과 발전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차기 집권욕에만 급급하는 세력들이 활보하려고 한다면,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선거를 통해서 엄중하게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결국은 인간이다. 아무리 좋은 민주주의 체제를 운영하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타락한 민주정(民主政)은 전제정(專制政)만도 못하다는 교훈을 투키디데스(Thucydides)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431-404 B.C.)를 통해서 피력했다. 민주주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최고의 정치제도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그 이유는 민주정이 부패하고 오용되어 정쟁만을 일삼고, 국민들이 지도자들을 올바르게 뽑지 않는 중우정(衆愚政)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독재정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국민이 사심 없이 국가 지도자들을 뽑는 선거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지연·혈연·학연·이념 등 모든 사적 관계의 장애물을 넘어 대통령이나 도지사나 국회의원 등 선출직 국가지도자들을 뽑는 선거풍토가 정착된다면, 이 나라는 정말로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민주적 선진국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오늘의 비극적 상황의 근본 원인에는 유권자가 투표를 올바르게 하지 않는데 본질적 원인이 있다는 것을 냉정하게 자인하고, 자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한의 선진국형 올바른 선거문화의 정착은 북한의 장기독재와 비민주적 선거를 청산하고 민족통일로 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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