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고 온통 어수선하다. 송년회라고 모이고 신년회라고 모인다. 모이는 것이야 많을수록 좋을 수도 있겠으나 그 내용이 문제다. 한 해를 보내면서 차분히 돌아보고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가려내어 잘한 것은 그대로 계속하고 잘 못한 것은 철저하게 반성해서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경고로 기억해야 할텐데 온통 들떠서 보내고 맞는 일에만 열심인 것 같아 안타깝다.
공식적인 모임조차도 의례적인 개회사, 축사, 격려사 등을 듣느라 시간 다 보내고 정작 서로들 지난 일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칭찬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틈이 없이 서둘러 밥을 먹고 헤어진다. 우리가 밥을 못 먹어서 핑계를 만들어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가? 차분히 생각해 보면 아까운 시간만 축내고 있는 것 같다.
예수님 오신 성탄도 축하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분의 오심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따르려고 애쓰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그날 하루만이라도 사랑을 나눌 일에만 전념해본 일이 있는가? 부끄럽지만 한 번도 없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교회에 나와 예배 드리고 아이들 어렸을 적에는 케이크나 자르고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족했지 어려운 이웃은 염두에도 없었던 일이 훨씬 많다.
아이의 같은 반 아이 중에 어려운 형편의 외로운 아이를 함께 데려다 즐긴다든가 하는 일들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하고 그 아이들의 학창시절을 다 흘려보냈다. 기껏 한다는 것이 교회에서 하는 사랑 헌금 같은 것에 약간 동참하는 정도였다. 부끄럽지만 올해도 내 식구 챙기기에만 바빴던 것 같다.
지난 날이야 그랬다 해도 올해부터라도 한 해를 잘 계획해서 살 뿐만 아니라 주님의 명령을 한 가지라도 꼭 실천하는 실적을 쌓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복을 누리고 싶다. 우선 남을 정죄하지 말고 한 발짝만 양보하는 일부터 실천해야겠다. 어렵고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전철에서 엘리베이터가 막 떠나려 할 때 단추를 누르고 들어오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이해하자. 웃을지 모르지만 그럴 때 우리는 대부분 그 사람을 순간적으로 미워하고 있다.
오경자 권사(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