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퓨모(John Dennis Profumo 1915~2005)는 영국 육군 장관이며, 명문 출신으로 총리 후보 소리를 들을 만큼 전도가 양양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구 소련의 스파이였던 여성과 관계를 맺은사실이 폭로되자 처음에는 이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는 며칠 후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나의 인생을 통해 가장 큰 잘못이었다”고 국민 앞에 사과하면서 사실을 시인했다.
그날로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자기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유서 깊은 저택을 버리고 혼자 빈민가에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을 했다. 그는 정사를 가졌던 여성이 구 소련의 간첩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또 아무리 돌이켜 생각을 해봐도 자기가 국가기밀을 그녀에게 누설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사임을 하고 험난한 속죄의 길을 택한 것은 부인 몰래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것에 대한 속죄뿐 아니라 명문출신의 정치인으로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행위를 하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 후 10년이 지나 친구들이 여러 차례나 “그만하면 충분히 속죄를 한 셈이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도 좋지 않은가?”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계속 가난하게 살았다. 그가 70세 때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젠 다 용서받은 게 아닙니까?”라고까지 권면하자 이때 그는 “비록 세상이 나를 용서해 준다 해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나 자신이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어려운 생활을 계속했다. 영국사회가 견실한 것은 이렇게 거짓말을 가장 부끄러운 죄악으로 여기는 지도자들의 선한 양심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라 대부분 정치지도자들은 오히려 거짓말을 처세를 위한 필요악으로 여기고 있으니 한심하다.
소설가 춘원 이광수는 “근대의 우리나라처럼 허위가 생활의 기조가 된 때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를 망하게 만든 것은 허위이다. 장래에도 우리를 망하게 하는 것은 허위일 것”이라고 개탄한 바 있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도 “한국인의 최대의 적은 거짓말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본받아야할 덕목임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의외로 많다는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현직 대통령도, 여야 지도자들도 하나같이 거짓말과 자기 유리한 선동의 말만 떠들어 대니 참 한심한 일이다. 계엄탄핵 사태로 국가가 풍전등화나 다름없고, 외교, 경제도 말도 아니고, 국민들은 생활고로 걱정이 태산인데도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는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원망스럽다. 국민들은 지금 누가 대한민국을 통치하는지 궁금하다.
정말 국민이 모르는 국민이 선출하지 않는 통치자가 대한민국을 통치하는가? 이것이 바로 내란이고 반역적 행위 아닌가.
지금 정말 나라가 무법천지다. 혼돈의 시기 광풍의 계절 이 어둠 속에서 “이게 나라인가?”라는 근본적인 회의를 던지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 파벌정치, 사당정치, 팬덤정치의 과잉은 국민들 사이에 분열과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땅에 정치인들이여! 제발 거짓말, 거짓선동, 이젠 그만하고 최소한의 상식과 품위와 품격을 지켜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