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새것을 추구하며 변화의 모습을 그려본다. 후회와 아쉬움 속에 한 해를 보내면서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다. 그러기에 한 해를 보내는 12 월의 모습은 설레는 마음으로 흔들림 속에서 보낸다.
그런데 노년의 인생은 또 한 해가 가나 보다 할 뿐이다. 반면에 젊은 세대들은 오직 즐거운 마음에 부풀어서 흥겹게 떠오른다. 세월을 잡고 싶은 사람도 새해가 더 기다려지는 사람도 그 누구도 세월을 다스릴 수 없는 것! 그저 세월 앞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고 본다. 모두가 변해 세월 속에 잠긴다.
물건이야 새것과 헌것이 서로 공존하고 있지만 지나가는 시간에 헌 시간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그저 세월 속에 지나가는 시간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서 시간 여행을 꿈꾸며 살아간다. 인류의 꿈인 시간 여행은 현재를 떠나서 미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이란 지나가 버림으로 물질의 존재와는 달리 흘러만 가니 시간의 헌것은 없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시간 여행을 하려면 미래 속에서 살아나갈 각오를 해야 하고 과거로 돌아갈 생각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미래 시간 여행을 생각할 때 이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누구나 새로운 시작 앞에 기대하는 것만큼 두려움에 대해 적지 않은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새해라는 말은 1월에나 쓸까, 2~3개월이 되면 새해라는 개념이 없어져 버린다. 굳이 새해라고 요란스럽게 떠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새것이라고 하는 것이 내 손안에 들어왔을 때 그는 바로 모양새도, 쓰임새도 식어가면서 그 존재감이 서서히 사라지게 마련이다.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네/ 가련하다
한 해의 봄날이여/ 오고 감이 비바람에 달렸구나
꽃 심으면 안 필까 걱정하고/ 꽃 피면 질까 걱정하네/ 피고 짐이 모두 시름겨우니/ 꽃 심는 즐거움 알지 못해라
손철주의 에세이 『꽃피는 삶에 홀리다』에 소개되고 있는 조선시대의 송한필과 고려시대의 이규보의 시이다.
화사한 봄날도 무력하게 사라짐같이 우리네 인생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오는 자연의 순리 순환 속에 따르는 법칙을 빨리 깨닫고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가 돋보이는 것이다.
노년의 인생은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 신혼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예쁘고 화사한 마누라 얼굴에도 나와 함께 주름살이 늘었고 머리 색깔은 변장해야 하는 한 가지 일이 더 생긴다.
최석산 장로
<흑석성결교회, 수필가,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