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일출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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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지나면서 하루해가 조금씩 길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짧다. 아침 8시 가까이 되어서야 비로소 동편 언덕과 나무 사이로 붉은 해가 희미한 빛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서쪽 편에 있는 나무들이 온통 붉게 물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황토색의 나목과 드문드문 남아있는 갈색 잎들이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아침노을은 언제나 기적처럼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명의 시간은 우리 마음이 붉은 생명의 기운을 받아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기대로 가득 차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새해 첫날 아침 캄캄한 어둠을 뚫고 붉은 해가 솟아올라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새벽의 태양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정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운데, 연말에는 또 항공참사로 179명이나 사망하는 국가적인 비극이 일어났다. 이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만을 좇아서 극단적인 반목과 대립을 일삼는 정치인의 후안무치함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좁은 편견에 사로잡힌 두 시위집단이 서로 극한적인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시위는 약자가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마지막 수단이지만, 군중이 세력을 과시하며 상대방을 위협하고 제압하려는 시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요 혁명이다. 국민이 자유로운 투표권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민주주의 절차를 부정하는 정치인과 군중이 오히려 민주투사 행세를 하는 것이 가당치도 않다.

경제, 문화, 예술과 같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가 유독 정치만은 후진국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의 자질과 도덕성이 유난히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다. 혹자는 조선 시대 당파싸움과도 같이 타협을 모르는 극단적인 의견대립의 전통이 현대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해방 이후 남북한의 분단상태에서 보수와 진보가 우리 현대사에서 서로 양보 없는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인 것은 맞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는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정치가 발전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각종 제도라는 하드웨어와 함께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정신과 관행, 그리고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잘 구비되어 있어야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비교적 단시간에 도입할 수가 있었지만, 운영하는 주체인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관행이 함께 변화하지 못한 결과로 정치의 후진성이 초래되었다고 생각한다.

제도는 근대화되었지만, 사람들의 관행과 정신은 아직도 전근대적이라는 말이다. 보수와 진보 모든 정치인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면 분명히 그렇다. 근대적 정신이란 예컨대, 상대방을 인격으로 대하는 관용과 배려의 정신과,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얻은 결과물이라고 해서 다 자신의 것이 아니므로 하나님에게 돌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청지기 정신을 포함하는 것이다.

서양이 오랜 역사와 과정을 거쳐 체득한 이러한 정신의 뿌리는 기독교 전통에서 찾을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기독교 정신이 태양과 같이 떠올라서 우리 사회 여러 분야를 밝게 비추고 지금의 헌정질서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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