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교회 정문을 없애고 담을 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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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종교 호감도를 확인할 수 있는 ‘2024 종교인식조사’(한국리서치)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각 종교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100점 척도로 평가해 점수화한 결과, 불교가 51점으로 50점을 넘었으며 가톨릭은 49점, 기독교는 36점으로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불교, 가톨릭 모두 호감도가 소폭 감소했으나 기독교는 유일하게 2년 연속 호감도가 증가했다. 2022년-2023년-2024년을 기준으로 기독교(31-33-36), 가톨릭(45-51-49), 불교(47-53-51)다.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를 응답자 별로 살펴보면 가톨릭 교인과 무종교인이 평가한 기독교 호감도는 각각 36점과 25점으로 전년 대비 상승했으며, 기독교인이 스스로 평가한 기독교 호감도는 71점으로 전년 대비 7점 감소했다. 연령별 기독교 호감도는 70대(45점)가 가장 높았고 30대(26점)가 가장 낮았다. 18~29세(34점)와 40대(36점)의 경우 전년 대비 호감도가 4~6점 상승했다. 아무리 봐도 안타까운 수치다.

지역의 학교나 공공기관이 꽤 오래전부터 정문을 없애고 담을 헐어내고 나무나 꽃으로 대체한 것을 볼 수 있다. 지역주민과 소통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런 일은 교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교회는 정문이 없고 담도 없다. 여러 해 전에는 정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정문이 낡아져서 교체해야 했다. 그때 돈을 들여서 새로 만들지 않고 낡은 정문을 없애버렸는데 그 뒤로 정문이 없는 교회가 되었다.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문도 없고 담도 없으니까 우리 교회 마당은 주민들이 동네 주차장으로 편하게 사용한다. 

물론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예배 시간이나 교회 행사가 있을 때는 주민들도 협조를 잘한다.

몇 년 전부터는 지역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차들이 새벽에 쓰레기를 치운 후에 우리 교회 주차장에 주차하기 시작했다. 교인 중에 어떤 사람은 왜 청소차가 우리 교회 주차장에 주차하느냐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청소를 마치고 동네 식당에서 식사하기 위해서 우리 교회 마당에 주차한다는 것이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그래서 환경미화원으로 수고하시는 분들이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여름에는 그늘막을 만들어 드리고 겨울에는 햇빛이 잘 드는 쪽으로 의자를 만들어 드렸다.

오늘은 교회 마당에 함박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키다리 아저씨가 자기 정원에 아이들이 들어와 노는 것이 싫어서 담장을 치고 문을 잠그자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고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에는 긴 겨울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마당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서 나가 보니 아이들이 무너진 담장 사이로 정원에 들어왔고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에 봄이 다시 찾아왔다는 이야기이다.

교회 마당이 동네 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 주차장이 동네 주차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교회가 정문을 없애고 담을 헐어 버렸으면 좋겠다.

최태순 목사

<대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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