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원망스런 콘크리트 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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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에는 마지막 달에 엄청난 두개의 사건이 일어나 나라를 뒤흔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해를 넘겨 정국을 혼미상태에 몰아넣고 있고 무안비행장의 항공기 폭발사고는 온 국민을 아직도 비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두 사건에서 우리가 깨닫는 것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지혜를 무지와 고집으로 닫아버린 어리석음의 참담한 결과이다.  

비행기가 비행장에 접근해 활주로가 가까워 오면 ‘쿠궁’하는 소리를 내면서 바퀴가 동체 밖으로 내려온다. 이런 소리가 나지 않으면 랜딩기어 시스템 이상이 발생한 것이고 조종사는 ‘벨리 랜딩’ 즉 동체착륙의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전쟁시에는 지상포화에 맞아 전투기나 폭격기가 ‘크래쉬 랜딩’을 해야 하는 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례들의 극적인 요소를 불러와 스릴이 넘치는 영화가 제작된다.

이런 동체착륙 시도는 대부분 ‘기적적으로’ 성공해, 기체가 불붙는 위험 속에서 승객들이 무사히 탈출하고 조종사와 승무원은 영웅이 되어 축하를 받는다. 어느 영화도 비행기가 활주로 끝까지 미끄러져 가다가 그 끝을 가로막은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하는 사건을 그린 적은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이처럼 상상도 못할 사고가 지난 12월 29일 일요일 아침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해 여객기에 타고 있던 181명 승객과 승무원 가운데 179명이 일순에 목숨을 잃었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이것은 두말할 것 없는 최악의 인재(人災)였다. 야간에 착륙하는 비행기에 불을 비춰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방위각 시설 즉 로컬라이저는 반드시 필요하기에 공항마다 이 장치를 활주로 끝에 설치하는데 비행기가 그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경우를 상정해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 만일의 경우에도 큰 손상 없이 뚫고 나가 멈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해 무안공항에는 단단한 콘크리트 장벽을 4미터 높이로 세우고 그 위에다 유도등을 얹어 놓아 이런 대참사를 초래했는가!

이 서남지역 바닷가 비행장에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무슨 보장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이런 어리석은 구조물이 출현했고, 개장 후 17년 동안 이와 같은 참극이 없었던 것은 단지 지금껏 이 비행장의 이용횟수가 극히 적었던 것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고 후 현장을 조사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콘크리트 둔덕을 막대한 인명피해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니 온 국민이 통탄할 뿐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으니 세상에서는 정국의 혼란 속에 이런 비극을 막아주지 않으신 하나님을 원망하는 소리마저 들려온다.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에게 무안비행장의 콘크리트 방벽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는 지혜를 주시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그런 위험을 방지하도록 해 주셨다. 사람의 오만한 권력과 고집이 정당한 이의를 물리쳐버리고 여기저기 자해의 지뢰를 묻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가득 실은 여객선이 침몰하고 큰 다리가 가라앉고 백화점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뒤늦게 국토교통부가 전국 15개 공항 활주로 끝에 세워진 로컬라이저 시설의 위험성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작업은 이 땅에서 계속된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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