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나는 군필을 위해 충북 보은군청에 파견되어 2년간 복무한 때가 있었다. 당시 아내 조숙자 씨는 보은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전교모범생으로 연대장을 하며 원만한 대인관계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첫 만남은 보은중앙교회의 수요 밤 예배에서였다. 예배가 끝난 후에 밖으로 나오는데 맨 뒷줄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며 방언으로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천사와 같이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신학이 부재했던 당시에는 방언기도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가 아니라며 이단시했었다.
눈물로 기도하던 소녀의 옆을 지나쳐 나오는 중에 들었던 기도 내용은 사랑하는 친구들의 영혼을 주님께서 구원해달라는 중보기도였다. 이 소녀가 누구인가가 궁금해서 당시에 보은군청 건설과에 근무하던 매형 되신 황종연 목사님에게 물었더니 친절하고 자상하게 알려주셨다.
“9남매 중에 막내인 조숙자 학생은 영혼이 맑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건강한 그리스도인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학생들로부터 신뢰받고 교회에서는 주일학교 교사로 칭찬이 자자하다.”
사실이 그랬었다. 성격이 쾌활해서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포용력이 있는 여인이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나는 목사가 되기 위해 공직을 청산하고 신학대학에 입학했고 조숙자 씨는 상경해서 큰오빠 집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황 목사가 조숙자 씨를 수소문해서 본인이 시무하던 교회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특강 강사로 초청했고,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했다고 한다.
나와의 첫 만남은 특별한 장소였다. 청소년 특강을 마친 후에 다방이 없는 시골이라 농작물을 가꾸는 비닐하우스에서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졌다. 대화의 내용은 꾸밈없는 진솔한 삶과 신앙고백이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례하고 경우에 벗어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순진한 소녀에게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나는 신학생이고 장래 계획은 시골 목회자가 되는 것이며 밀가루 한 포대로 몇 달을 살아갈 생각이다. 무슨 매력이 있었겠는가?
소도 웃을 기막힌 나의 말에 성령님의 역사로 반전이 일어났다. 밀가루 한 포대로 몇 달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 다양한 낭만적인 해석을 낳았다고 한다. 밀가루 한 포대로 하루는 수제비, 또 하루는 부침개, 칼국수, 만두를 해먹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고 한다.(다음 호에 계속)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