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한국교회] 찬란한 미케네 문명의 후예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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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지심으로 로마가 비하한 헬라 지혜의 보고

이번 연재부터 그동안 미루었던 그리스 여행을 시작한다. 유럽의 첫 관문을 그리스로 결정하고 공항에서 수속할 때 제일 먼저 입국 절차를 주도하는 외교관에게 “굿모닝 헬라”라고 인사를 건네면 즉시 “웰컴 헬라”라는 환영 인사가 돌아온다. 왜 그럴까? 그리스라는 이름은 본래 이름인 헬라의 로마식 호칭으로 헬라인을 이방인이라고 비하하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이는 마치 일본 식민지 시기에 한국인을 조센징으로 부른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바울은 로마서에서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롬 1:14)라는 표현으로 가보지도 않고 보낸 유일한 편지인 로마서를 통해 헬라인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바울은 로마가 비하한 그리스란 이름보다 헬라의 후손으로 지혜와 지식의 보고인 그리스 신화와 철학의 찬란한 유산을 물려받은 나라를 인정한 것이다.

헬라인의 자존심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적대적인 이웃 나라인 로마에 의해 구겨진 것보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왕래가 잦았던 튀르키예와 더 응어리진 것이 많다. 튀르키예에서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관문이기에, 이에 맞선 그리스는 오스만 튀르크 500년의 기간 동안 이슬람의 거친 파고를 오롯이 견디어 낸 나라이다. 무슬림의 그리스 지배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미케네 문명을 통해서 꽃 피웠던 그리스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그리스정교회의 전통을 이탈리아와 구별해서 지켜온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아시아에서 유럽에 진출하는 첫 전략적 요충지인 그리스는 이슬람의 먹잇감으로 손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슬람의 포교전략으로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이란 무시무시한 구호가 보여주는 것처럼 공격적인 행태가 반복되면서 그리스정교회는 더욱더 단단해졌다. 

그리스를 여행하면, 로마 유적지에 대한 반감이 도처에 강하다. 이탈리아에 있는 유적지는 물론이고 지중해 전역의 모든 로마 유적지가 그리스 아테네 신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스에서는 로마 유적지가 거의 다 폐허로 변했다. 그러나 로마에 대한 반감보다 더 강한 것이 그리스 안에 있는 반이슬람 정서이다. 예를 들면, 오스만 튀르크가 그리스를 정복하고 기독교를 말살하려고 할 때, 튀르키예의 갑바도기아나 데린쿠유처럼 그리스정교회는 메테오라와 같은 험준한 곳으로 피신해 소수의 수도원으로 축소하면서도 그리스정교회는 이슬람으로부터 기독교의 전통을, 기독교를 지켜냈다. 가장 공격이 심한 이스탄불에도 그리스 대주교의 저택과 교회가 아직도 살아있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은퇴교수, 한국교회정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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