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나의 ‘코드 원’, 나의 하나님

Google+ LinkedIn Katalk +

훈련소 생활, “모든 종교 행사 금지!”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하나님께 약속한 것이 있었다. 바로 ‘주일 성수’다. 어떤 상황이 와도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주일을 온전히 예배로 섬기겠다고 서원했다. 군대에서 처음 맞는 주일, 중대장은 모든 훈련병들을 연병장에 도열시켰다.

“오늘, 모든 종교 행사 금지. 내무반에서 대기한다.”

예배 시간 직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불안해졌다. 예배 시간이 되자 나는 혼자 내무반에서 나와 무작정 교회로 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성전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평안하고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무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하고 초조했다. 신병이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을 어기고 무단으로 이탈했으니 후환이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예배를 드린 후 떨리는 마음으로 내무반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 빨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들 정신없이 바빠서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첫 주일을 무사히 넘어가게 해주셨다.

그 후 어느 수요일 저녁, 수요 예배를 드리려고 친구와 당직 사무실에 허락을 받으러 갔다. 자신만만했지만 당직을 서고 있던 중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새하얀 오각형의 얼굴, 하늘을 찌를 듯 위로 올라간 실눈이 우리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왜 왔어?” 그의 살기 어린 질문에 친구는 그대로 얼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 나는 두려웠지만 큰소리로 외쳤다. “필승! 이은태 외 1명, 교회 다녀오겠습니다.” “이 자식들이 정신이 나갔나? 빨리 들어가!” 마 중사가 잡아먹을 것처럼 눈을 부라렸다. 

“저희는 꼭 교회에 가야 합니다!” “뭐? 교회? 죽기 전에 빨리 안 꺼져!”

나는 물러서지 않고 교회에 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돌하게 외치는 내 모습을 본 마 중사가 갑자기 눈의 힘을 풀었다. “야 이 자식아, 너 그렇게 교회 가고 싶으면, 열 명 데려와 봐. 열 명!” “네, 알겠습니다.”

교회에 갈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아무 대책 없이 내무반으로 달려갔다. 고된 훈련으로 지쳐 곯아떨어진 내무반 동료들을 떠올리자 걱정이 되었다. 이 밤에 누가 나를 따라서 교회에 갈까. 그러나 하나님은 역사하셨다. “얘들아, 나랑 같이 교회 가자. 지금 열 명이 모여야 교회에 갈 수 있어.” 내가 다급하게 부탁하자 불교, 천주교, 심지어 남묘호렌게쿄를 믿고 있던 친구들까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모두 열두 명이었다.

“훈련병 이은태 외 열두 명, 교회 다녀오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마 중사는 놀라서 얼굴이 더 하얗게 됐고, 열세 명의 훈련병들은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넘치네” 찬양을 부르며 교회에 갔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친구들까지도 모두들 신나게 교회에 갔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신 기적의 밤이었다.

하나님은 그렇게 예배에 참석하는 기쁨을 허락하셨고, 나는 기본 군사훈련 4주와 특기 교육 6주의 훈련병 생활을 하면서 주일예배에 모두 참석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면 이 놀라운 일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