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희망의 새로운 다짐들을 하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정국의 어수선한 분위기 연장선 탓인지 신년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정치과잉으로 지금 시계제로의 대한민국호 연착륙이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헌정사상 현직대통령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도약을 가져와 우리사회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에서 고착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나왔다. 지금 한국은 역대급 불황에 뒤숭숭한 정국까지 겹쳐 소비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이미 세계 최강인 미국에 특유의 스트롱맨 트럼프가 등장해 미국 우선주의정책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라는 슬로건 아래 미국 패권주의를 기치로 내세우니 전 세계가 요동친다. 관세폭탄 등 통상리스크,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의 현안들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가 이 위기정국을 이끌 수 있게, 만시지탄이지만 일할 수 있게 여야가 합의정국에 협조를 해야 한다.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수명을 다한 낡은 ‘87년 정치체제’에 대한 정치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다. 1995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발언했다가 당시 정권의 질타를 받았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발언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와 닿는 요즘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세워야 하는 중대기로인 한국정치의 선진화가 시급하다.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여기지만, 그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허점이 ‘정치의 실패’를 낳고, 관료사회의 고질적 행태가 ‘정부의 실패’를 낳는다는 점을 잘 모른다. 그러므로 이제 ‘시장의 실패’만 들먹거리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촉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실패’ 와 ‘정치의 실패’도 똑같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심판해야 한다. 결국 고장난 정부와 정치권을 고칠 장본인은 주권을 가진 국민일 수밖에 없다. 정치의 무능이나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도 결국은 국민의 책임이요,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게 된 것도 역시 국민의 책임이다.
‘뜨거운 머리와 차가운 심장’을 가진 리더들이 많은 이 시대에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흐르게 할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가슴(Cool head, but warm heart)’과 비전을 가지고 융복합형 사고로 전체를 조망하며 내일을 설계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민주주의를 이끌어갈 변곡점에 선 대한민국호의 연착륙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비상계엄선언과 탄핵정국으로 국격과 대외신임도 하락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위험을 무릅쓰고 권위주의 체제와 싸워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지금도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들과 싸워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절대 적지 않다. 진영 논리가 판을 치고 사회는 분열되어 있으며 정치는 실종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면서 운전기사와 몇 마디 대화 중 본인은 가수 나훈아가 대통령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무슨 뜻인지 짐작가지만 그런 발언을 한다고 정치권에 대중가수가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평생 대중과 노래로 만났던 고별무대서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 가수의 쓴소리에 청량감을 주었기 때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