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 청뱀의 해가 찾아왔다. 뱀은 종종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지만, 그 본질을 깊이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긍정적인 가르침과 배울 점을 지닌 상징임을 알 수 있다.
첫째, 뱀은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다. 이는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뱀의 탈피는 성장의 과정을 나타내며, 인생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가라는 교훈을 준다.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며 성장을 이끄는 여정이기도 하다.
둘째, 뱀은 움직임이 느리지만, 목표를 정하면 치밀하게 준비하고 신중히 접근한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삶에서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차분히 실행에 옮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 발짝씩, 그러나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뱀의 모습을 보며, 목표를 향해 장애물을 극복하며 한 걸음씩 전진하는 의지를 배워야 한다.
셋째, 뱀은 필요한 만큼만 먹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에게 소유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물질적 욕심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는 삶의 자세를 훈련한다면 어느 환경에서도 자족하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넷째, 뱀은 지혜의 상징으로 여러 문화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 신비로움과 감춰진 본질은 진정한 지혜를 상징하며, 드러내지 않고 은밀히 간직된 신비는 삶의 깊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스스로를 과시하거나 과대하게 포장하기보다는, 밭에 감춰진 보화처럼 내면의 깊이를 유지하며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에게 발견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와 품격이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뱀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임을 조정한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깊은 동면(冬眠)을 취하며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는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지만, 뱀처럼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2025년, 청뱀의 해를 맞아 우리도 뱀처럼 지혜와 유연함을 배우며 살아가면 좋겠다. 불필요한 집착을 벗고,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침착히 걸어가며, 신비로움을 간직한 세상의 보화로 살아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