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은 희생제물을 안 드려서 거절당했는가?
성경에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신 것에 대해 수천 년 동안 허셀 홉스, 조엘 헤크의 ‘창세기 격론’ 등을 보면 참으로 다양한 주장들이 있었고 교단마다 학자나 성경 해설자마다 다른 견해들이 있다. 성경의 배경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다. 아담의 죄로 땅이 저주받은 농경 생활 방식보다 목축 생활 방식의 우월성 견해로부터 하나님이 제물을 받으신 이유는 그 제물의 종류에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가장 큰 논란은 ‘가인의 재물이 피의 희생제물이 아니어서 거절당했는가?’의 문제이다. 성경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아벨은 양을 잡아 희생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받으셨으며 가인은 희생 제사를 드리지 않았기에 받지 않으셨고 법대로 철저하게 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견은 맞는 것처럼 보인다. 제사는 항상 피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과 구약성경은 신약의 그림자라는 점에서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로서 모든 것이 구원과 연결되어 있으며 예수의 피 없이는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까지 나아간다. 물론 맞는 말씀이다. 아담이 양을 잡을 때 가인은 부모로부터 제사를 배웠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단지 양을 잡아 피를 내지 않으므로 하나님이 받지 않으셨다는 주장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이와 관련된 성경 내용을 보면서 생각해 보자.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언하심이라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히 11:4)
하나님이 아벨의 제사를 받으신 이유는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드렸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 나은 제사란 분명히 “믿음으로” 제사를 지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인의 제사를 받으시지 않는 이유는 제물이 양인지 곡식인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에 제사의 사례를 보면 율법이나 제사법은 이 사건 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인 레위기에 나온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더 올라가더라도 아브라함이나 노아까지 하나님께 단을 쌓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더 올라가면 에노스의 시대(창 4:26)에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피흘림의 규례는 가인과 아벨의 제사보다 훨씬 나중에 정해진 모세의 법이며 이 때문에 가인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도덕법이라면 몰라도 의식법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제물을 땅의 소산으로 준비한 것, 즉 곡물을 드린 것이 잘못된 것이냐는 문제이다. 어떤 제물을 가지고 제사를 드려야 하는지의 문제는 가인과 아벨의 시대에 성경 어디에도 분명한 언급은 없다. 만약 하나님이 원하시는 제물이 있다면 무엇인지 사전에 알려주셨을 것이지만 성경에 그런 기록이 없다. 혹자는 가인과 아벨은 성장 과정에서 아담이 양을 잡는 것을 보며 모든 제사를 다 배웠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나 너무 과한 추론이라고 본다.
굳이 적용해 그 이후에 제정된 하나님의 제사법을 적용해 보더라도 제사법에는 곡물을 드리는 제사인 소제가 있으며 소제도 레위기 시대에 하나님은 다 인정하시고 기쁘게 제물을 받으셨다. 하나님은 목축업을 편애하며 직업을 차별하는 분이 아니시다.
오상철 장로
<시온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