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가난하든, 부자든, 지위가 높건, 낮건 예외없이 나이를 먹으면서 노인으로 변해간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노인으로 늙어가지만 분명한 것은 늙더라도 반듯하고 곱게 늙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大學)에 보면 옛날에 ‘탕’이라는 임금은 제사 때 손을 씻기 위한 세숫대야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좌우명 하나를 적어놓고 곱게 늙기 위한 노력을 늘 멈추지 않았다는데 그 좌우명의 내용을 보면 “구일신(苟日新)이어든 일일신(日日新) 하고 우일신(又日新) 하라”는 말로써 “진실로 새로운 삶을 살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처럼 반듯한 노인으로 늙기 위해서는 이미 새로워진 것을 바탕으로 더욱 더 새로워져야 하는 노력을 한 순간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들면서 꼭 읽어야하는 계노언(戒老言)이라는 글을 소개해 본다. 노인이라는 것은 벼슬도, 자격도 아니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 된다. 남의 일에 입을 여는 것은 삼가야 하며 남이 대접해 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신세타령 해 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빈정대는 것은 “바보”라고 하니 절대 삼가야 하며 무슨 일이건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을 가지고 새로운 기계가 나오거든 열심히 배우고 익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사가 매정하게 대한다고 서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일반적으로 자기가 옳다는 생각은 버리고 자신이 죽은 뒤의 장례나 묘소에 관한 걱정을 해서는 안 된다.
늙었다는 이유로 대접받으면 반드시 감사를 표하고 남에게 일을 시켰으면 나서지 말고 조용히 지켜봐야 한다. 남이 나에게 해준 위로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며 자기 자랑이나 남을 비난하는 근거로 옮기지 말아야 한다. 잘 잊어버리거나 다리에 힘이 없다는 것을 핑계 삼으면 안 되고 평균 수명을 지나고 나서는 교단이나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 입냄새, 몸냄새를 조심해 향수를 종종 사용하고 화초만 키우지 말고 머리를 쓰는 일도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자기가 사용한 것을 버리는 습관을 몸에 붙이고 지나간 옛 이야기는 대충대충 끝내야 한다.
나이들면서 꼭 읽어야 한다는 글을 보고 나니 문득 정철의 시조 하나가 생각난다. “이고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인생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것이다.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아가자. 본 기자도 크리스챤라이프 주간 3년, 기독공보 편집국장 포함 7년, 숭실대에서 신문방송 영자신문 출판부 재단사무국장 등 23년, 2000년 김재호 장로님의 부름을 받아 장로신문에서 25년을 지내왔다. 온갖 추억과 회한이 나를 감싼다. 그 중 숭실대에서 고범서, 강신명, 김치선, 어윤배 총장의 체취를 잊을 수 없고 장로신문에서 사장을 역임한 김재호, 한영제, 계준혁, 김건철, 이흥순, 김학진, 남준효 님의 큰 뜻이 오늘의 한국장로신문의 토대가 된 것,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사, 집필자, 논설위원, 편집위원, 지사장들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고… 하나님의 은총과 큰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