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완벽한 모습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잘못을 무조건 정당화하고 변명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빨리 사과하고, 자기반성과 회개의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특히 남을 억울하게 한 죄를 범했을 경우, 솔직히 인정하고 법률규정에 따라 처벌을 달게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잘못과 범죄를 저지르고도 변명으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속이고 더 나아가 유사한 범죄를 반복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자기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온갖 술수와 변명으로 위장해 사회악을 조장하는 일이다. 그런 궤변가를 소피스트(Sophist)라고 한다. 그런 궤변가들의 주장과 선동은 일시적으로 맞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 궤변 속에는 객관적 진실은 없고, 억측과 거짓만이 내포되어 있을 뿐이다. 오늘날은 주권재민의 자유민주주의 시대이다. 국민이 권리 못지않게 책임과 의무를 중요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악용하는 지능범들이 늘어간다면,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독일의 랑케(Leopold von Ranke)는 “역사란 있었던 그대로 보아야 한다”(Wie es eigentlich gewesen ist)라고 했다. 우리들이 어떤 동일한 사건을 놓고 평가할 때에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편향적 사고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 4:27)고 했다. 편향된 사고는 진실을 거짓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상실한다. 그런 사고는 진실을 거짓으로 만드는 왜곡의 현상까지 초래해 사회의 가치관을 혼란케 한다. 오늘날 물질문명은 날로 발전해 가고 있지만, 정신문명은 이에 비례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문화가 발달해 너무나 편리한 세상이 됐지만, 틈만 있으면 남을 속이려는 보이스피싱의 지능범들이나 해커범들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더욱이 ‘묻지마 범죄’, 보험금을 노린 지능 범죄, 마약 사범 등 각종 범죄가 끊이지를 않고 있으며, 외국인과 관련된 국제 범죄가 증가해 가고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심성이 좋아지지 않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에 이를 정도로 과학 문명이 발달하고 있지만, 인간성은 황폐해 가고 있고, 지능범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많이 배우고 머리가 좋을수록 사회에 기여하는 인격자가 되기보다는 대형사기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일 TV나 신문 등을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 중에는 인간이 금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범죄까지 보도 되는 경우도 있다. 황금과 권력에 미쳐 갖은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그러한 비인간적인 인간들만이 이 세상을 판치고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을 통시적 시각에서 보면, 악한 사람들보다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세상을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용기 있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의 어두운 면만 보고 비판에만 사로잡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인간으로 되어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세상의 밝은 면을 더 많이 보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하루를 살아도 결단코 그런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 않겠다는 자성과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자기 성찰과 결단을 하는 인간상(人間像)이 많아질수록 이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고 조인형 장로님의 ‘원로지성’ 연재를 마칩니다. 귀한 원고 유작으로 남겨주심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