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행복한 선택  박래창 장로의  인생 이야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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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헌신으로 걸어온 길, 가정과 교회에서의 사명

 가족과 신앙 사이에서, 뒤늦게 깨달은 소중한 시간

하나님 나라의 재정…철저한 원칙·책임 있는 사용

가족이니까 언제고 만회할 시간이 있겠지 생각만 하던 중에 아들아이와 딸아이가 6개월 간격을 두고 혼삿날을 잡았다. 그제서야 ‘이렇게 보내면 아쉽겠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다 같이 오대산 호텔로 1박 2일 가족 여행을 갔다. 저녁 보름달이 밝은 잔디밭에 네 식구가 앉아 긴긴 이야기를 하면서 아들과 딸에게 용서를 빌었다.

“사업하고 교회학교 봉사하느라 주일에 공휴일에 휴가까지 교회를 위해 다 쓰고, 너희들과는 기억에 남을 여행 한 번 못했구나. 미안하다.”

아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저희 이렇게 잘 자랐는걸요. 저희들도 부모님처럼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맙고 뿌듯한 마음으로 온 가족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금도 우리 아들과 딸, 며느리, 사위는 아버지에게 최고의 존경과 사랑을 보내준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손주들도 할아버지를 최고로 알고 사랑해준다.

40여 년 동안 정말 치열하고 바쁘게 살았다. 교회에서 맡았던 일만 북방선교부장, 건축위원장, 성가대 대장, 교회학교 부장, 교육위원장, 당회 서기 등이었다. 교단 일에도 참여해왔다. 총회 회계로 시작해서 노회 부노회장, 총회 재정부장, 전국장로회연합회장, 총회 사회봉사부 부장, (사)한국장로교복지재단 이사장, (사)기독교세진회 이사장, 한국장로신문사 사장, 기독실업인회 중앙회장, 국가조찬기도회 부회장 등의 중책을 맡아 왔다. 20대 후반 교회학교 초임 교사 시절, 교단 아동부 서울지역 회장과 전국연합회 서기를 맡은 뒤로 자연스레 교단과 범교계로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한국교계 초교파 연합사업과 NGO 재단 등에 참여할 기회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는 내게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소망교회가 한국교회에서 맡아야 할 비중이 점차 높아졌고, 그러다 보니 교계 여러 분야에 소망교회가 참여해야 할 때마다 선임 장로인 내가 뽑혔기 때문이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 탓에 잡히면 뿌리치지 못하고 동참했고, 동참한 이상은 열심히 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도 바울의 “잡힌 바 된 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빌 3:12)라는 고백을 참 좋아한다.

이렇게 지경이 넓은 봉사를 할 수 있었던 덕분에 건강한 교회정치생태를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으로 최근 타락하고 변질된 교회정치 속에서도 오염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정적으로도 한 부분을 감당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사업이 잘되어 능동적으로 재정 부담을 나눠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이들은 “사업이 바빴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지만, 그 비결은 내게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 교회 일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사업에 숨통이 트이고, 사업이 바쁠 때는 교회 일이 안정되도록 고비마다 책임져 주셨다.

하나님 나라 재정을 잘못 쓰면 죽습니다

교회의 재정은 하나님께 드려진 ‘하나님 나라 재정’이다. 어느 사업체나 관공서의 재정보다 훨씬 철저하게 조심해서 관리하고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 재정 담당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횡령 등의 문제가 생기는 교회는 전체로 보면 일부일 뿐이다. 나도 이 같은 철저함을 청년 시절부터 배웠다.

신촌장로교회에서 청년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당시 어느 부서나 마찬가지였지만 청년부 예산이 넉넉지 않았다. 1년 예산이 5만 원에 불과했는데, 그 돈도 사용 계획을 꼼꼼히 짜서 청년부 부장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 그때 청년부장은 연세대 공과대 학장이었던 이형식 장로님이셨다. 어느 날은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그분의 병실로 찾아가 보고를 드렸는데, 내용을 들여다보시더니 30분 넘게 설교를 하셨다.

“하나님의 돈을 잘못 쓰면 죽습니다. 꼭 써야 할 때만 써야 해요. 우선 급해서 쓰고 채워놓아도 안 됩니다. 하나님 일에 필요한 만큼만 써야 합니다. 모임 한다는 구실로 차 마시고 밥 먹는데 교회 돈을 쓰면 안 됩니다.”

그때 들었던 그 말씀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하나님 돈을 잘못 쓰면 죽는다”는 말씀은 나의 교회 사역에 하나의 원칙이 됐다. 동역자들과 식사를 하거나 수련회를 준비하기 위해 답사를 갈 때, 또는 해외선교를 갈 때에도 돈을 쓰기 전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 일이 정말 교회 재정을 써도 되는 일인가, 아닌가? 진정 하나님의 사업을 위함인가?’ 이런 기준을 두고 늘 머릿속으로 가늠하곤 했다. 조금이라도 사적인 목적이 포함돼 있다 싶으면 교회 재정과 철저하게 구분해서 사용했다. 교회학교 부장을 할 때도 교사들에게 회비를 걷거나 찬조금을 받아 소요되는 교사회의 비용을 처리했고, 때로는 내가 감당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구분은 리더십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쓰는 사비는 사실 적은 돈은 아니었다. 교회정치 분야는 최대한 피했지만 사회사업, 선교, 교육, 언론, 복지, 문화예술까지 다양한 분야를 교회와 교단뿐 아니라 초교파로까지 감당하다 보니 그때 그때 써야 할 꽤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감사한 것은 그런 재정을 충당할 능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쉽게 손에 넣은 돈이 아니고 사업으로 어렵게 번 돈이지만, 이 돈을 엉뚱한데 빼앗기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는 여러 가지 좋은 사역에 함께하는 귀한 사역 동료들과 함께 유용하게 쓸 수 있어서 감사했다.

교회 봉사를 하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되면 못한다. 교회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신앙적인 열정은 있으나 건강이나 시간,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도 특별히 아픈 데가 없을 만큼 건강하고, 사업에 축복을 주셔서 시간을 내기 쉬웠고 재정도 감당할 수 있었다.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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