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설을 쇠며 생각한다

Google+ LinkedIn Katalk +

새해가 시작된다고 한 해를 잘 보낸 것에 대한 감사와 새로 시작되는 한 해를 주님께 온전히 의지하고 바른 신앙인으로 살겠노라는 다짐을 하는 송구영신예배를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또 새해를 맞이한다고 설 차림 물가가 고공행진이다. 징검다리 근무일을 임시 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설왕설래 하더니 드디어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고 웃음이 만면이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으로 마음이 심란한 것이 해마다 겪는 나만의 고통이 아닌가 싶어 좀 입맛이 씁쓰레 하다. 

한 해의 시작 1월, 얼마나 소중한 기간인가? 세계 사람들은 한 해의 시작으로 맑은 정신에서 새해를 시작하고 부지런히 일에 매진하는데 우리는 그 중요한 시기에 또 하나의 새해를 앞에 두고 명절을 즐길 생각에만 여념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히 혼자만 심통이 난다. 1942년 2월에 태어나다 보니 나서부터 양력설을 쇠는 분위기에서 자란 터라 양력설이 익숙하다. 자유당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이중과세를 금한다는 철칙을 세우고 떡방앗간 문에 못질을 해가며 설 풍속을 없애려 애를 쓰던 그 시기에도 우리 집은 여전히 양력설을 쇠었다. 

시집을 와서도 시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와 생각이 같은 분이셔서 시댁 역시 계속 양력설을 쇠는 댁이라 불편이 없이 평생 양력설을 쇠며 지낸다. 수년 전에 전직 노·김 두 대통령께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음력설 부활 정책을 펴서 완벽하게 장기휴가를 만들고 양력설은 급기야 초하루 하루만 쉬게 되니 그야말로 새해라는 점만 찍을 뿐, 일상생활에서의 새해 시작이라는 경사는 음력설로 넘어가서 그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양력 과세 문화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내 좁은 소견으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업적 중 최악의 실책으로 훗날 역사는 음력설 부활을 꼽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한다. 양력이든 음력이든 문제는 풍습이라는 이름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우상숭배의 덫을 기독인들조차도 별 관심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싶은 우려이다. 설을 쇠는 풍습에 있어 조상을 기리는 것과 조상에게 기원하고 부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 어느 사이 우리는 그 개념조차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가 걱정 될 때가 있다. 조상을 기리는 일은 경건히 해야 된다. 조상께 비는 것은 우상의 문제이지만 기리는 것은 인간 도리의 기본이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