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는 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해 유성 신신농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신부의 집은 오빠들이 훌륭해서 좋은 식당을 예약해 손님들을 잘 모셨지만 우리 집은 형편이 어려워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값싼 재료여서 식사가 너무 부실했다고 한다. 바쁜 토요일 주례를 서주신 대구제이교회 김창진 목사님과 하객분들께는 지금도 송구스러운 마음이 커서 그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예식을 마친 뒤 형편이 너무 어려워 신혼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다. 신부 친구들과 어른들 앞에서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택시를 타고 대전역까지 가다가 유턴해서 유성에서 가장 싸고 냄새나는 여인숙을 숙소로 정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부끄럽고, 곱고 귀하게 자란 소녀가 준비 안 된 무면허 남편을 만나 고생만 한 것이 한없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양가에서 신혼여행을 위해 마련해준 황금 같은 돈을 쓰지 않고 당시 아내의 신앙을 지도해 주셨던 조현성 전도사님의 책장을 사드리기로 했다. 이것이 훗날에 복이 되어 몇백 배의 보상으로 되돌아왔다. 훗날 목사님이 되신 전도사님이 재력가인 이영숙 권사님에게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나를 소개하고 졸업까지 학비를 대어주셨다. 또한 정림교회 개척 후 두 번의 교회 건축을 하는 동안 몇 억의 헌금을 내어주셨다. 하나님은 심은 대로 거두시는 분이시다.
무일푼으로 매일 내려주시는 만나를 공급받고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예측불허한 고난의 행군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아내를 긍휼히 여기시고 사랑해 주셔서 상담학 박사학위를 받고 16년째 한일장신대학교에서 후학들을 헌신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두 아들 역시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대원과 대학원 과정을 수학하고 서울에서 기쁨으로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두 며느리 역시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효부들이며 특수교사와 연구원으로 가정과 직장에서 훌륭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이며 부족하고 못난 남편 뒷바라지와 가정사역을 충실히 해준 현모양처 조숙자 박사의 헌신적인 내조 덕분이다.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