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유럽연합 가입조건
극단적인 상황에서 성소피아 교회를 원형대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모금 운동이 일어나서 튀르키예 정권이 무너지면 곧바로 착수할 재단까지 확보된 상황이다. 튀르키예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해 경제적 이득을 보려고만 하지만, 이것을 간파한 그리스는 자기 나라 영토인 이스탄불이 500년 넘게 이슬람에 넘어간 상황이고 그리스정교회의 대주교 저택뿐만 아니라 성소피아 교회마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기독교의 자존심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연유로 그리스는 과거 오스만 튀르크의 후예로 지중해 이슬람 패권 세력이었던 튀르키예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성소피아 교회 바로 옆에서 이레네 교회도 방치된 채 남아 있다.
그리스의 자존심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비극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아도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튀르키예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면 선결 조건으로 성소피아 교회를 다시 원형대로 되돌려 놓을 뿐만 아니라 강점하고 있는 이스탄불을 아예 통째로 그리스에 반환해도 그동안 이슬람이 그리스에 지은 죄를 갚기에 모자랄 것이다.
철학과 지혜의 보고인 헬라 문명을 꽃피운 그리스 신화는 로마 신화에 영향을 미쳐서 그리스-로마 신화로 더 확장되어 나갔을 뿐만 아니라, 문화사와 문명사에서 그레코-로만 시대의 물꼬를 트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런 지혜의 유산이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 교회에 고스란히 구현된 것이다. 소피아는 헬라어로 지혜라는 의미이다. 곧 성소피아 교회는 성스러운 지혜를 간직한 교회라는 뜻이다. 이레네는 헬라어 에이레네에서 온 단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곧 이레네 교회는 평화교회란 뜻이다. 성소피아 교회와 이레네 교회로 대표되는 이스탄불은 그리스 건축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헬라 정신과 지혜의 보고라고 말할 수 있다.
헬라어는 아람어에서 출발한 히브리어보다 그 역사가 더 깊다. 미케네 문명에서 발원한 헬라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이다. 그러기에 헬라어로 된 문헌이 일찍이 고대 철학과 과학과 철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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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피아 교회 옆의 이레네 교회
소기천 박사
<장신대 은퇴교수, 한국교회정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