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기독교 정신과 정의

Google+ LinkedIn Katalk +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고 사회 안에서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공동체를 이루고 협동하면 훨씬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고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가 잘 유지되려면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분배가 불공정하면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 결국 그 사회는 전쟁상태에 빠지게 된다. 

플라톤 이래 서양의 철학자들은 어떤 분배규칙이 정의로운 원칙인가에 대해 수많은 이론을 내놓았는데, 이러한 정의론은 정치철학의 핵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론은 복잡다기하고 철학자마다 서로 다르지만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칼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극단적인 평등주의 원칙이다. 그런데 이 정의의 원칙을 추구한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은 모두 몰락하고 말았다. 노력과 관계없이 똑같이 분배받는 사회에서는 아무도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고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반대편 극단에 있는 자유지상주의 원칙인데, 각자는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능력과 노력에 힘입어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독식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노력의 대가라는 능력주의 혹은 승리주의에 이르게 된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 이러한 승리주의의 오만이 공동체정신을 훼손하고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고 있음을 미국의 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두 정의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낼 이론을 제시한 철학자는 미국 하버드의 철학자 존 롤스이다. 그의 책 『정의론』은 1971년 출판되자 곧바로 정치철학에서 고전의 반열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정의의 원칙이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클 샌델은 존 롤스의 이론을 계승 발전시킨 정치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존 롤스는 먼저 능력이나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라고 해서 모두 자신이 소유라고 주장할 도덕적 권리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능력과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만 보면 사회주의 원칙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은 단서조항에 있다. 만약 자본주의 사회에서와 같이, 능력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분배함으로써 기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그러한 불평등분배는 정의로운 규칙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롤스의 정의론은 무차별적인 평등주의를 배제하는 한편, 능력주의에 따른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의 폐해도 피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이론으로 우리나라의 극단적 이념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롤스의 정의론은 기독교적 청지기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을 내세우지만 따지고 보면, 능력도 부모나 사회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에는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타고난 재능과 성품을 사용해 얻은 재물과 성공을 모두 하나님께 돌려드려야 하는 청지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나누는 삶을 살 때 비로소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의사회가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