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왕십리중앙교회-실로암안과병원, 하나님이 맺어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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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중앙교회 창립 120주년 기념, 실로암안과병원에 후원금 1200만 원 전달

실로암안과병원 원장 김선태 목사는 6.25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열흘 후에는 두 눈마저 잃었다. 불과 10살 어린이 앞에 펼쳐진 삶은 차별과 구박, 굶주림과 절망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 희망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6.25 한국전쟁 1년 전 매 주일 참석했던 왕십리중앙교회 주일예배의 기억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주님께 기도하세요. 그러면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좋은 길을 보여 주실 것입니다.”

지난 1월 22일 실로암안과병원에서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은 왕십리중앙교회의 사랑의 후원금 전달식 및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전달식에서 실로암안과병원 김선태 목사의 “왕십리중앙교회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는 고백에, 왕십리중앙교회 양의섭 목사는 “왕십리중앙교회가 배출한 자랑스러운 선배 목사님”이라고 화답하며 함께 두 손을 맞잡았다.

40년 전 시작된 두 목사의 인연

왕십리중앙교회 양의섭 목사와 실로암안과병원의 인연은 40년 전 시작됐다. 양의섭 목사는 한 교회의 전임전도사로 사역을 마치고 퇴직금으로 70만 원을 받았고, 퇴직금 중 절반을 떼어 의미 있는 곳에 드리겠다는 기도 후 실로암안과병원에 전달했다. 당시 김선태 목사는 숭실대학교 동문인 후배 목사가 퇴직금의 반을 헌금한 마음에 감동했다. 이후 1994년 양의섭 목사가 왕십리중앙교회에 부임하면서 김선태 목사와 양의섭 목사, 실로암안과병원과 왕십리중앙교회는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됐다.

2006년 2월 첫째 주일인 왕십리중앙교회 창립기념주일에 김선태 목사는 강사로 초청받아 말씀을 전하며, “시각장애인들에게 기적을 선물하는 실로암안과병원이 신축 건물(현 실로암안과병원 아이센터)을 세우는데 왕십리중앙교회가 기초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실로암은 수술비가 없어 시력을 잃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전국에서 찾아오면서 낙후된 건물 신축이 꼭 필요했지만 재정적으로 준비된 것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김선태 목사의 SOS에 왕십리중앙교회는 적극 협력을 다짐했고, 이후 온 성도가 합심해 ‘벽돌 한 장에 1천 원’ 모금 운동을 펼쳤다. 이 헌금이 마중물이 되어 실로암안과병원 아이센터는 첫 삽을 뜨고, 2009년 11월 건축완공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현재 실로암안과병원 아이센터 1층 로비에는 왕십리중앙교회를 중심으로 벽돌 1장 이상을 후원한 이들의 명단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있다.

김 목사: “당시 모교회의 협력으로 용기를 내어 실로암안과병원 아이센터 신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모교회의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기에 모교회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는 지금도 매년 창립기념주일이면 김선태 목사를 설교자로 초청한다. 김선태 목사는 강사비를 일절 받지 않으며, 온 성도에게 갈비탕을 대접하고 있다.

양 목사: “40년 전 퇴직금의 절반을 실로암안과병원에 드린 후 도리어 받은 것이 더 많습니다. 또한 아이센터 건립에 왕십리중앙교회가 큰 힘이 됐다는 것은 우리 교회의 큰 자부심이 됐습니다. 교회 성도들은 매년 오시는 김선태 목사님을 기다리며, 120년 역사의 왕십리중앙교회가 배출한 가장 자랑스러운 목회자로 김선태 목사님을 꼽고 있습니다.”

실로암안과병원 아이센터 로비에 걸린 왕십리중앙교회를 중심으로 후원한 이들의 명단이 새겨진 현판.

서로를 향한 축복의 통로

김선태 목사는 2007년 서울노회장에 선임돼 노회 살림을 이끌었다. 양의섭 목사는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선배 목사를 향한 존경의 마음이 갑절이 됐다”고 고백했다.

양 목사: “김선태 목사님이 서울노회 회의를 이끌고, 성찬식을 집례하기 위해 뒤에서 몇 번이고 연습하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장애를 능가하는 목회와 사역, 끊임없이 베푸는 성품, 청렴결백한 태도 등을 보며 대단한 어르신이자 하나님이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는 김선태 목사가 서울노회장을 역임하고 은퇴할 때 공로목사 추대식을 왕십리중앙교회에서 드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시 매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성도들이 불을 피우며 따뜻하게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봉사한 것을 김선태 목사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올해 창립120주년을 맞이한 왕십리중앙교회는 어느 해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5년 전부터 창립기념주일 헌금을 적립해 왔다. 그렇게 형성된 기금 중 1천200만 원을 실로암이 펼치는 ‘실로암 연못 형성하여 눈병 없는 밝은 세상 만들기’(이하 눈병 없는 밝은 세상 만들기) 사역에 후원하기로 결단했다. 눈병 없는 밝은 세상 만들기는 2022년 10월부터 시작한 난치성 안질환 정복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해 매일 기도 1분과 함께 1천 원의 헌금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왕십리중앙교회의 1천200만 원의 후원금은 1만 2000명의 기도 후원자가 더해진 것으로 더욱 뜻깊다.

김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작은 건물에서 시작해 지금의 12층 건물로 세워졌으며, 대학병원 수준의 시설과 의료수준을 갖추게 됐습니다. 기적을 만들어 내는 실로암안과병원을 통해 난치성 안질환 정복도 그 믿음대로 될 것이라 생각하며, 왕십리중앙교회 당회 및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정성껏 모은 사랑의 후원금이 난치성 안질환 환자들에게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1월 22일 진행한 사랑의 후원금 전달식 및 기자 간담회 모습.

실로암안과병원에서 열린 왕십리중앙교회의 후원금 전달식에서 본 교단 증경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이번 후원금은 어두움 가운데 살아가는 수많은 안질환자들에게 빛의 길을 선물한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김선태 원장의 꿈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서 김선태 목사는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고, 가랑비가 모여 강물을 이루는 것처럼, 실로암에는 왕십리중앙교회 같은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로암안과병원과 왕십리중앙교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믿음의 동역자인 셈이다.

 

/박성희 기자

 

———–아래 박스————-

‘사랑’을 실천하는 왕십리중앙교회 120

실로암안과병원에 사랑의 후원금 1천200만 원을 전달한 왕십리중앙교회.

한국교회 140년 중 120년 역사

왕십리중앙교회는 1905년 서울노회 연동교회 박한영 성도를 중심으로 왕십리에 거주하던 성도 대여섯 명이 함께 기도처소처럼 모임을 시작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이후 1907년 성도들이 자비로 건평 9평의 함석지붕 예배당을 건축하고, 연동교회에서 파송한 박승명 조사가 초대교역자로 섬겼다.

왕십리중앙교회는 한국교회 140년 중 12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며 한국교회 안팎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인물을 배출했다. 실로암안과병원 원장 김선태 목사를 비롯해 마틴 부버의 ‘나와 너’를 번역하고 한국키에르케고르학회장을 역임한 고려대학교 표재명 명예교수(1933-2016), 장애인을 위한 로봇연구의 선구자이자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를 역임한 변증남 박사(1943-2017) 등이 있으며, 전 장관이자 김동연 경기지사는 2023년 여의도에서 열린 빌리그래함 50주년 기념집회에서 공개적으로 왕십리중앙교회 출신으로 학생회장을 역임했다고 밝혔다.

실로암안과병원장 김선태 목사는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 얼떨결에 친구 따라 출석한 왕십리중앙교회는 선생님 이야기도 재밌고, 어린이 성가대 찬양도 좋았고, 성가대 가운도 아름다웠다”며, “밭 가운데 마차와 소가 다니던 언덕을 지나 교회에 가곤 했는데 지금은 상전벽해로 대도시 중심에 자리 잡은 교회가 됐다”고 추억했다.

지역 섬기는 아름다운 동네교회

왕십리중앙교회는 창립 정신을 이어가며 그동안 국내에 대아교회, 궁백교회, 왕창교회를 개척했으며, 현재 3개의 미자립교회와 탈북민교회를 후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창립70주년에는 궁백교회, 창립90주년에는 인도네시아 위로사리교회, 올해 창립120주년에는 키르키즈스탄에 필그림교회를 건축해 국내외 총 3곳의 교회를 건축했다.

양의섭 목사가 부임한 1994년 이후 왕십리중앙교회는 ‘지역을 섬기는 아름다운 동네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원하고, 개척교회 및 장애인기관, 탈북민과 외국인근로자선교회 등 여러 기관을 섬기며, 매년 성탄절에는 지역 내 40가정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노숙자 및 환경미화원 등에게 소정의 금액을 담은 ‘예수사랑 봉투’를 전한다.

창립120주년기념 나눔과 섬김

특별히, 창립120주년을 맞이한 올해 왕십리중앙교회는 다양한 의미있는 사역을 준비했다. 실로암안과병원의 ‘실로암 연못 형성하여 눈병 없는 밝은 세상 만들기’에 사랑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 외에도 왕십리중앙교회120년사를 출판했다.

한국점자도서관 이사장이자 왕십리중앙교회 총무사역위원장인 육근해 장로는 “한국교회 역사 140주년 중 120년을 왕십리중앙교회가 함께 하고 있어 교회사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출판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키르키즈스탄 고려인 지역에 교회당을 건축해 오는 5월 헌당식을 앞두고 있으며, 청년들을 위한 문화행사 및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나눔과 섬김, 성도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 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양의섭 목사는 “120년 역사를 가진 교회답게 신앙의 깊은 뿌리를 기반으로 사회에 본이 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왕십리중앙교회 하면 ‘아! 그 교회’ 하는, 사랑이 넘치는 교회, 온 성도가 행복하고 건강한 교회,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교회, 선교에 앞장서는 교회, 다음세대가 부흥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비전을 밝혔다.

현재 왕십리중앙교회는 ‘120년, 120시간, 120명의 중보기도! 주님, 제가 왕중기도제사장입니다’라는 주제로 120명의 왕중기도제사장(왕십리중앙교회 중보기도자)를 모집하고 있다. 왕십리중앙교회 120년 역사 이후, 새로운 비전을 위한 새 발걸음이다.

왕십리중앙교회 성도들은 창립 12주년을 맞아 이웃에 사랑을 실천했다.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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