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의 제사에 대한 하나님의 거절
신학자 조엘 헤크는 가인의 제물이 거절당한 주요 설명 세 가지를 말하고 있다. 하나는 이 거절의 이유를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에 돌려야 한다고 한다. 그분의 선호하시는 것이 농부보다는 목자를, 정착한 농부보다는 유목민을 선호하셨다 하며 이 견해를 취하는 학자들은 주로 곡물을 재배하는 북왕국 이스라엘과 주로 목자들이 많은 남왕국 유다의 경쟁 관계로 설명하며 이유를 하나님에게서 찾고 있다. 둘째로, 거절의 이유가 가인의 태도에 있다는 것이다. 가인의 죄악된 태도(맏아들 지위에 대한 자만심 등)가 그의 작물 중 가장 좋은 것을 가져오지 못하게 했고 요구된 피의 희생제물을 가져오지 못하게 했다고 베스트만은 지적하고 있다. 셋째로, 본문이 침묵한다는 관점이다. 하나님의 받아들임과 거절에 대한 어떤 이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자의 관심사는 거절의 이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절에 대한 가인의 반응이다. 또 모리스와 같이 피의 희생 제물과 연관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가인이 아벨에게서 양을 구입했으나 이번에는 동생에게 의존하는 것이 마음이 불편해 사지 않고 그 땅의 소산을 가져왔다고도 하며, 아벨의 재물에는 불로 태웠으나 가인의 제물은 타지 않고 연기도 없었다고 하며, 아벨의 희생제물에 표적이 있었거나 하나님이 나타나셨다고 추측하는 주장들이 있으나 본문은 아무 말도 없다. 단지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셨다고 하며 바로 가인이 몹시 분하여 안색이 변했다고 본문은 말씀하고 있다. (창 4:5)
하나님께서 제물을 받지 않으셨다고 해서 가인을 미워하거나 내치신 기록은 없다. 오히려 가인은 제사를 받으시지 않았음을 알았다. 안 받았다고 스스로 몹시 분해 안색이 변했다고 하는 것은 제사에 대한 자세가 아니다. 요한은 명확한 이유를 말하고 있다.
“가인같이 하지 말라 그는 악한 자에게 속하여 그 아우를 죽였으니 어떤 이유로 죽였느냐 자기의 행위는 악하고 그 아우의 행위는 의로움이라” (요일 3:12)
화를 내는 가인에게 하나님은 도리어 “네가 선을 행하였다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창 4:7a)라고 따져 죄를 물으신다. 즉, 하나님이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신 이유는 그가 평소에 행하던 행동과 삶을 보신 것이다. 하나님께 분을 낸 것은 그가 하나님 앞에 어떤 자세를 가졌느냐의 문제이지 제물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가인은 분해서 안색이 변하고 마음 깊은 곳에 상처가 생겼다. 그의 동생 아벨에 대한 강한 질투와 강렬한 원한으로 이어졌다. 그 상처는 평생 그를 따라다닌다.
심리학에서 ‘투사’라는 용어가 있다. 자기 안에 나쁜 것을 보지 않으려고 모든 책임과 원인을 남에게서 찾고 상대를 책망하는 심리를 말한다. 가인은 하나님이 제사를 안 받으시는 것을 아벨에게 그 원인을 찾아 적으로 간주하고 분노해 죽이기까지 했다. 아담도 하와를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사랑의 고백을 했으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지니까 ‘저 여자가 선악과를 주니까 내가 먹었다’라고 하와에게 핑계를 댔는데 같은 심리일 것이다. 분노에는 죄가 따라다니며 분노는 살인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가인은 죄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상철 장로
<시온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