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겨울나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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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구통계학자 폴 몰런드(Paul Morland)는 최근 ‘최후의 인구론’(원제, No One Left)을 출간해서 ‘인구 겨울’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과 북미로부터 시작해서 오세아니아, 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로 번지는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인구 소멸 위기를 나라와 대륙별로 진단하면서 인구와 연관된 종교, 교육, 문화, 정치, 경제, 도시화, 소득, 이민, 환경문제, 여성주의, 인종차별, 기술 발달, 정부 정책과 역할 등 다양한 요소를 짚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지구촌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정부 부채 증가의 쌍끌이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세계은행이 집계 혹은 예측한 199개 나라의 2019년 평균 합계출산율은 2.403명이다. 출산율이 평균 합계출산율보다 높은 81개 국가 중에서 선진국은 이스라엘뿐이다. 1위는 소말리아로 5.978명이다. 상위 30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만 제외하고 모두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 그러나 폴 몰런드는 케냐,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추세를 볼 때 아프리카 대륙도 저출생 고령화의 인구전환기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도리어 경제 성장 전에 인구가 감소하는 태국 모델을 따라간다고 경고했다. 

폴 몰런드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인도네시아와 이스라엘에서 찾았다. 인도네시아는 2~3명 정도의 출산율을 30년간 지속하고 있다. UN은 인도네시아가 2065년에 65세 이상 인구 1인당 생산가능인구를 3명 이상 유지한다고 예측했다. 그는 인구감소가 시작된 태국과 비교하면서 인도네시아의 경제 개발, 도시화와 교육의 진전, 민주주의 질서 정착, 종교의 영향 등으로 요인을 찾았다. 

폴 몰런드에 따르면 이스라엘만이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비껴갔다. 이스라엘 합계 출산율은 대체 수준을 넘는다. 70년대 이후 소득-교육-도시화 증가와 함께 출산율이 90년대에 2.5명으로 감소했다가 그 뒤 3명으로 증가했다. 폴 몰런드는 이스라엘이 “인구학적 불로장생의 비법을 발명했거나 발견했기 때문으로 보일 정도로 신기하다”면서 종교, 지정학적인 위기 극복 의지, 정부의 정책 등과 함께 사회의 출산 장려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IT 업계는 많은 자녀를 낳아서 기르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보는 분위기라 했다. 

폴 몰런드는 한국의 저출산을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총체적 위기의 전형이라고 했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출산율 0.8명이면 두 세대 만에 인구의 84%가 사라진다. ‘100명이 40명을 낳고, 그 자녀들은 다시 16명의 자녀를 낳는’ 비율이다. 원인은 치열한 경쟁사회, 전통적 가부장제, 혼외출산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주의, 과반수 이상인 비종교 인구, 만연한 반출생주의 문화를 들었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고령화 문제는 엄동설한에 온 땅이 얼어붙고 폭설까지 내린 것과 같다. 폴 몰런드의 경고대로 K-Pop 소리가 멈추고, 19세기 폭발적인 인구 증가처럼 전 세계적인 인구 붕괴가 동반할 지정학적인 충격이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국민 동요가 된 ‘겨울나무’를 생각한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외롭고 쓸쓸한 멜로디와 달리 꿋꿋하게 겨울을 견디는 나무의 기상을 표현했다.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신30:19) 말씀을 묵상하며 겨울나무처럼 견디며 봄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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