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아침 김포에서 올림픽도로를 타고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에 가는 길은 즐겁다. 한강을 따라 뚫린 고속화도로에 주일에는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30-40분이면 교회에 도착한다. 하지만 여의도를 지날 때 국회의사당이 시야에 들어오면 고개를 돌린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건물로서, 1975년 준공될 당시는 비록 박정희 대통령 ‘유신’독재 시대였으나 장래의 민주정치에 대한 기대가 이 돌집의 둥근 지붕위에 걸렸었다. 그로부터 50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참으로 불행히도 지난해 12월 3일 밤, 일단의 무장 군인들이 대통령의 명에 따라 의사당 구내에 진입하고 일부는 건물 내부로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안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려고 시도한 초법적 사태가 발생했다. 본회의장 안에 많은 수의 국회의원들이 있어 이들이 신속히 『비상계엄』의 해제를 결의하고 이를 선포했던 대통령이 즉각 자신의 영을 거둬들임으로써 다행히 의사당은 평상을 회복했으나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당하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민주정치 질서에 대한 평가는 추락했다.
어느 나라나 정치의 발전은 의회의 합리적 운영으로 측정된다. 양당체제가 확립되고 여당과 야당이 각기 당내민주주의를 중시하면서 상호 경쟁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때 이상적인 대의정치가 펼쳐지는 것인데 그 바탕을 이루는 요소는 바로 선출되는 의원들의 지적, 인격적 신뢰 가능성이다. 국민된 사람으로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에 대한민국이 각 분야에서 이룩한 ‘고도성장’이 어찌해서 국회의원의 평균적 자질에는 반영이 되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다. 바꾸어 말하면 왜 22대 국회에는 21대 국회보다 지탄을 받는 부적격 의원이 더 많고 20대 국회에는 19대 때보다 더 많았는가?
매일 매일 방송뉴스와 유튜브로 쏟아져 나오는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진행 장면들에서 우리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어와 행동들을 목격하는데 이런 것들의 결과로 국익을 해하는 법률과 시책이 나오고, 불합리한 예산 배정에 혈세가 낭비되고, 결국 국가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년반 집권기간에 자신의 정부에 가해진 거대야당의 폭력에 가까운 압박을 견디다 못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당부당의 판단은 헌법재판관들이 내릴 것이로되 대한민국 국회의 입법폭주에 상당한 책임을 돌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내다버리고 싶은 국회의원들의 이름과 그들의 반지성적 언동을 떠올린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민의의 전당’이라는 별칭에 맞는 경건한 감사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여의도에 소재한 순복음교회의 소박하나 든든한 모습 앞에서 교인들은 편안한 소속감을 느끼고 명동 성당의 고전적 아름다움은 모든 방문자에 훈훈한 정서를 일으킨다. 이런 자연스런 교감은 건물들의 역사가 뿜어내는 향기이자 그곳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이 엮어낸 고귀한 사역의 집합적 효과이다.
우리는 크건 작건 내 교회를 성전이라 부르며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총을 십자가로부터 느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교회를 향한 시선이 혹시라도 한강변을 달리며 국회의사당을 외면하고픈 나같은 사람의 심사를 닮아가면 어쩌나. 아니다, 국회가 미움을 받는 것은 못된 힘자랑 때문이니 사랑의 샘터인 교회를 그 누가 미워하랴.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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