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것도 없는데 어느새 80년 하고도 절반 가까이를 살았다. 1967년에 외할머니가 작고하셨는데 그 당시 드문 장수라고들 칭송했다. 요즘의 시선으로 보면 100세 상수쯤으로 치부했던 것 같다. 바로 그 연세에 육박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후회만 가득하다. 외할머니는 맨손으로 자수성가하셔서 만석꾼 부호가 되셨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도 이웃을 도와서 칭송을 받는 부자였다. 부자 3대를 못 간다 하지만 저 댁은 선을 쌓았기에 30대도 끄떡없으리라는 말들이 자자했으나, 우리 외가 역시 토지개혁으로 하루아침에 만석 재산은 지가증권이라는 종이쪽으로 다락 한 쪽을 차지하게 되고 만다.
우리 교회가 올해로 창립 80주년이 된다. 그 기념사업을 준비하며 목사님은 모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설교를 선택하셨다. 모세가 80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는데 나는 80을 넘어 중반을 향해 가게 됐건만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무익한 종일 뿐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자조적인 생각으로 기가 죽어 있다가 문득 쳐든 생각 하나가 나를 긴장시킨다. 네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르는데 넋 놓고 하루하루 허송할 것이냐는 힐책이 머리를 때린다. ‘지금부터라도 일을 해라.’ ‘예? 저 평생 일하며 살았는데요. 이제 누가 일을 시켜 주지도 않는걸요?’
네 일만 했지 내 일은 하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내 일을 하라는 말이라는 말씀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아, 그렇구나. 우선 가족과 친척 중에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을 방치하지 말고 부지런히 전도해서 하나님 자녀로 만드는 일에 발 벗고 나서라는 말씀이었다. 자꾸 말하면 더 엇나가기만 할 테니 기도만 하자던 그동안의 생각을 바꾸라는 명령이신 것 같다. 듣든지 안 듣든지 열심히 전하면 거두는 것은 내가 하신다는 말씀을 지켜야 한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여러 생각하지 말고 구원의 시급함을 열심히 전할 일이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